앨범 이미지
Flower Boy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2017

by 이택용

2017.08.01

엽기, 괴짜 그리고 분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은 확실한 호불호가 나뉜다. 원색의 티셔츠와 귀여운 모자를 쓴 그가 비이상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다니는 영상들과 바퀴벌레를 삼키고 목을 매는 내용의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한 그는 확실히 정상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음악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괴기한 비트와 짓누르는 듯한 발성의 래핑, 그리고 폭언에 가까운 가사들을 쏟아냈던 < Goblin >를 필두로 개인적인 심정으로 과녁을 옮긴 < Wolf >, 이 모든 것들이 산발적으로 뒤섞인 < Cherry Bomb >까지. 그는 오드 퓨처(Odd Future)의 수장과 패션 아이콘이라는 외피와 함께, 뮤지션으로서의 강한 캐릭터를 구축해가며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직전의 < Cherry Bomb >은 실험적이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전위적인 사운드는 음반을 어지럽게 만들었고, 질서가 무너진 흐름은 설득력을 저하시켰다. 그에 비해 < Flower Boy >는 상당히 대중적이다. 기타와 피아노가 자아내는 간결한 선율들과 적당한 노이즈가 낀 퓨처 베이스 사운드를 적극 활용, 이전의 자극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줄이면서 그만의 개성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가볍고 부드러운 사운드, 그 위에서 살랑이는 캐치한 멜로디는 음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특히 ‘See you again’과 ‘Boredom’, ‘911/Mr. Lonely’ 등 미디엄 템포의 트랙들에서 트렌디한 멜로디를 쓰는 그의 재능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전의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면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유한 흐름 사이사이에 배치된 ‘Who dat boy’와 ‘I ain’t got time!’는 가라앉기를 반복하던 분위기에 묘한 긴장감을 부여하며 음반의 균형을 잡는다.

언어 또한 얌전해졌다.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이미지와 전작들의 무시무시한 내용들과는 달리, 상당수의 트랙들에는 외로움과 지루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방황하는 모습들을 담는다. 표현들이 꽤 직설적인 편이지만, 간간이 배치된 맥거핀과 은유가 해석의 재미를 더한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서 가장 솔직한 순간으로 남을 ‘Garden Shed’에서 단번에 해결된다. 성소주자를 비하하는 단어인 ‘Faggot’을 남발했던 래퍼가 오히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 작품의 의도와 큰 주제를 설득시킨다.

이전의 디스코그래피가 일부 마니아들만 만족시키는 음악으로 채워졌다면, < Flower Boy >의 포용력은 상당히 높다. 그의 작품세계에 거부감을 느끼던 대중들도 쉽게 받아들일 음반이다. 게다 가장 진솔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래퍼로서의 강한 개성과 프로듀서로서의 감각, 리릭시스트로서의 재치를 잃지 않으며 노선 변화에 성공, 그 결과물로 자신의 대표작을 갱신한다. 이로써 우리는 가학이 선사하는 묘한 즐거움이 아닌, 다른 이유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수록곡-
1. Foreword (Feat. Rex Orange County)
2. Where this flower blooms (Feat. Frank Ocean) [추천]
3. Sometimes...
4. See you again (Feat. Kali Uchis)
5. Who dat boy (Feat. A$AP Rocky) [추천]
6. Pothole (Feat. Jaden Smith) [추천]
7. Garden shed (Feat. Estelle) [추천]
8. Boredom (Feat. Rex Orange County and Anna of the North) [추천]
9. I ain't got time!
10. 911/Mr. Lonely (Feat. Frank Ocean and Steve Lacy) [추천]
11. Droppin' seeds (Feat. Lil Wayne)
12. November [추천]
13. Glitter
14. Enjoy right now, today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