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Halcyon
엘리 굴딩(Ellie Goulding)
2012

by 소승근

2012.11.01

자국인 영국에선 49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오른 'Lights'의 성공은 브리티시 싱어 송라이터 엘리 굴딩에겐 기쁨의 반역이었다. 싱글 'Lights'가 수록되지 않은 2010년도 데뷔앨범 < Lights >는 영국 앨범차트 1위와 빌보드 앨범차트 21위를 기록했지만, 2012년 10월에 발표한 2집 < Halcyon >은 영국 2위와 미국 9위를 차지했다. 자기 나라인 영국에선 한 계단 하락했고, 미국에선 12계단이나 상승했다. 싱글 'Lights'의 나비효과다.

이 'Lights'의 히트에도 엘리 굴딩의 2집 < Halcyon >은 '어두운 전자 음원의 명상'을 지향한다. 아이슬란드의 낯선 차가움을 품은 뷰욕과 플로렌스 & 더 머신이 지닌 신시사이저의 열정 그리고 애니 레녹스와 케이트 부시의 어두움까지, 음침하고 신비스런 기운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부유하며, 전작에 비해 약해진 비트와 리버브 걸린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음반을 눅눅하게 녹여낸다. 2011년 3월에 가진 인터뷰에서 “매우 어둡고 이상한 음악을 작업하고 있다. 두 번째 앨범은 나에게 감성적인 음반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대로 엘리 굴딩은 자신의 감정을 처절하게 혹사한다.

연인이었던 영국 BBC 라디오의 디제이 그렉 제임스와의 결별은 < Halcyon >을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긴다. 오프너 'Don't say a word'부터 'Dead in the water'까지 < Halcyon >는 일관되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읊는다. 상실과 외로움에 대한 자화상인 'Halcyon'과 옛 연인을 그린 'Figure 8'이 대표적인 트랙이다.

1980년대 초반 뉴웨이브와 1970년대 독일의 크라우트 록의 촉수를 깊숙이 끌어당긴 첫 싱글로 미국 64위, 영국 5위를 기록한 'Anything could happen'과 보너스 트랙으로 자리한 캘빈 해리스와의 공동 작업물 'I need your love' 그리고 히트 싱글 'Lights'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고딕의 어두움을 탐미한다. 엘리 굴딩이 데뷔할 때 그를 수식한 '일렉트로 포크'의 감성을 안은 1집 수록곡 'Guns and horses'나 'Your biggest mistake', 'I'll hold my breath'처럼 미세한 포크의 자취는 'Halcyon'만이 유일하다.

미국의 인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액티브 차일드가 2011년에 발표한 원곡을 재해석한 'Hanging on'은 흑인 아티스트 타이니 템파가 참여했다. 타이니 템퍼의 히트 싱글 'Wonderman'에 엘리 굴딩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이후 두 번째 협력이지만 알앤비나 힙합보다는 덥스텝의 영향력을 흡수했다. 현재 연인인 스크릴렉스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피터 가브리엘과 사라 바렐리스의 'Gravity'가 중첩되는 'I know you care'는 5살 때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애정으로 승화한다. 이 곡은 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영화 < Now Is Good >에도 삽입되어 엘리 굴딩의 대중적 인지도를 확장한다.

드림팝의 신비한 몽롱함을 취한 'Atlantis'와 멜라니 사프카를 떠올리는 연약하고 설레는 비브라토가 분위기를 침잠시키는 'My blood'와 'Dead in the water'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그의 흡인력이 응축된 폭발력을 지닌다.

엘리 굴딩의 출생은 작은 세계였지만 뿌연 파스텔 톤의 하늘을 나는 < Halcyon >은 그의 외로운 사연을 인쇄한 두 번째 비상(飛上)이다.

-수록곡-
1. Don't say a word
2. My blood
3. Anything could happen [추천]
4. Only you
5. Halcyon
6. Figure 8
7. Joy
8. Hanging on [추천]
9. Explosions
10. I know you care
11. Atlantis
12. Dead in the water
13. I need your love
14. Lights [추천]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