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엘리 굴딩의 깔끔한 댄스팝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신스 사운드를 응용한 디스코가 유행했지만 이처럼 종합적인 완성도가 단단한 앨범은 많지 않았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기보단 장르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나아갔기에 나올 수 있는 견고함이다. 공간감이 잘 느껴지도록 적절하게 배치한 사운드, 멜로디 표현을 깔끔하게 강조한 보컬, 지루함을 영리하게 피한 대중적 편곡까지 전반적으로 매무새가 괜찮다.
‘How long’정도를 제외하곤 모든 곡에 작곡으로 참여한 엘리 굴딩의 감각도 인상적이지만 앨범의 제작엔 프로듀서들의 조율이 결정적이다. 함께한 프로듀서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마돈나, 두아 리파, 켄드릭 라마 등 빅 네임들과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 코즈, 많은 히트곡을 프로듀싱한 그래미 수상자 그렉 커스틴의 풍부한 사운드가 귀에 들어온다. 이번 앨범은 이러한 협업에 힘입어 UK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중음역대 이상의 음을 처리할 때 호흡을 강하게 질러내며 얼마간의 허스키한 느낌을 의도하는 연주는 엘리 굴딩 보컬의 특징이다. 통상 이 정도로 호흡을 강하게 질러내면 발음이나 뉘앙스가 흐트러지지만 그는 거친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표현에 섬세하다. 빅 션과 함께한 ‘Easy lover’에서 이러한 연주가 잘 드러난다. 가창력을 뽐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좋은 음악을 구현하는 것을 우선했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다.
얼마간의 우울한 감정을 자신만의 의지로 승화하는 솔직함이 드러난다. 여기에 많은 이가 공감한 것은 엘리 굴딩의 일기장에 비단 개인적인 면모뿐만이 아니라 어떤 시의성이 담겼다는 걸 방증한다. 몇몇 단순한 가사, 예측이 쉬운 진행 등 앨범의 흠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음악을 향한 아티스트의 예리한 감각이 이런 흠결을 사소하게 만든다. 엘리 굴딩의 이번 앨범은 그 적절한 예다.
-수록곡-
1. Midnight dreams [추천]
2. Cure for love
3. By the end of the night
4. Like a saviour
5. Love goes on
6. Easy lover (Feat. Big Sean) [추천]
7. Higher than heaven
8. Let it die
9. Waiting for it
10. Just for you
11. How long [추천]
12. Temptation
13. Intuition
14. Tastes like you
15. Better man [추천]
16. All by 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