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때부터 콜롬비아 대학 엘리트 집단으로 관심과 루머를 동시에 폭격 받은 뱀파이어 위켄드지만 출신에 대한 주목의 당위성은 정규 3집 < Modern Vampires Of The City >에서 가장 높았다. 재기발랄함과 독특함에 가려진 지성미가 성숙을 통해 그 내막을 드러낸 것이다.
1966년, 뉴욕 타임지에 개제된 스모그 덮인 뉴욕 도시의 흑백 앨범 재킷부터 젊은 4인조 밴드가 차분해졌음을 예고한다. 클래식한 폰트로 타이틀을 새긴 3년만의 음반은 패션부터 뮤직 비디오까지 비비드 컬러의 젊은 감각과 위트를 발산했던 전작들에 비해 가라앉아있다. 더욱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달성하며 2010년 지산 록페스티벌 참여를 성사시킨 2집 < Contra >가 취향과 직관을 혈기왕성하게 담았었기에 국내 팬들을 멈칫하게 한다.
줄곧 일상적인 소재를 노랫말로 풀되 철학적인 주제를 내포시켰음에도 < Modern Vampires Of The City >의 메시지는 보다 깊고 흐리다. 원하는 길과 갈 수 밖에 없는 길에 대한 삶의 선택을 젊음과 죽음에 대입하여 암시적으로 적었다. 'Finger back'의 가사 "I don't wanna live like this, but I don't wanna die"가 음반 콘셉트를 말해주는 구절이다. 이 같은 함축적인 노랫말은 뉴욕과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밥 딜런과 연결고리를 잇는다. 그동안 아프로 팝을 음악의 골조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뉴욕 펑크의 성지 CBGB 클럽의 토킹 헤즈가 거론되었지만 음유시인과의 교집합으로 뱀파이어 위켄드의 지적인 면모가 부각된다.
지성의 이미지는 사운드에서도 적용됐다. 지난 작품들에서 아프리카 리듬과 펑크로 감각적인 흥을 돋웠다면 이번 음악은 선율을 통한 서정성과 악기 간의 유기성을 중시했다. 멀티 플레이어 멤버 로스탐 바트망글리가 기타 대신 키보드에 무게를 두며 흐린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이를 해석해주는 키포인트다. 'Hannah hunt'와 ''Young lion'은 장조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으며 'Hudson'는 그들의 음악 중 가장 음울하다. 또한 처음으로 외부 프로듀서 에이리얼 레잇세이드와의 작업하며 생소한 요소를 첨가했다. 힙합 듀엣 아웃캐스트의 'Hey ya'를 도치시킨 'Ya hey', 'Step'에서 사용된 비트의 템포를 조작하는 리믹스 기법은 힙합 뮤지션과의 협업과 익숙한 그의 영향이다.
뱀파이어 위켄드가 성숙에 근접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소리의 짜임새가 촘촘하며 일정한 테마에 맞춰 진행하는 목적 지향적 음악도 완성도가 탄탄하지만 기존의 명량한 펑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수록곡 'Unbelievers'와 'Diane Young', 'Everlasting arms'에서만 연장선의 접점을 이룰 뿐 이 이상의 배려는 찾기 힘들다. 고학력과 유쾌함이 유사한 위저의 2집 < Pinkerton >과 닮았다. 작품성을 떠나 음울함의 급선회는 대중의 외면을 받았으며 결국 방향성을 원점으로 돌리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발매와 동시에 위풍당당하게 빌보드 정상에 올랐으나 그 지속성이 짧다는 것, 바로 반비례로 낮아진 대중적 소구력을 반증한다.
마감 기간을 정하지 않고 3집 작업을 시작했다는 언급은 뱀파이어 위켄드가 압박 없이 새로운 욕구와 변화를 < Modern Vampires Of The City >에 녹여냈음을 의미하고 스스로의 만족감 또한 전제되어 있다. 그렇게 완성된 본작은 뿌옇고 정적이며 빛을 가리고 있다. 하지만 그곳의 공기는 지지 세력인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 층, 힙스터들에게 첫인상만큼의 충격파를 던지지 못해 밴드의 흡족을 퇴색시킨다. 그룹의 성장은 크지만 반향은 어느 때보다도 적다.
-수록곡-
1. Obvious bicycle
2. Unbelievers [추천]
3. Step [추천]
4. Diane young [추천]
5. Don't lie
6. Hannah hunt
7. Everlasting arms [추천]
8. Finger back
9. Worship you
10. Ya hey [추천]
11. Hudson
12. Young l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