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루에 로빈 시크, 이루에 다프트 펑크, 일루에는 미니언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봄부터 지금까지, 기록적인 세 싱글의 교집합이었던 4번 타자, 퍼렐 윌리엄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솔로 앨범은 7년 만이다. 부지런했기에 좁은 작업물의 보폭, 추적하면 납득이 가지만 < In My Mind >와 비교하면 새롭다. 신보에선 노래만 한다. 껄렁거리며 읊조리던 섹시한 랩은 없다. 편곡도 디스코와 펑크(Funk)의 영향을 받아 전의 힙합 싱글들과 다르다. 그루브가 중심이 되는 자잘한 프로듀싱은 여전하다. 때문인지 장르가 넘어갔다기보다 힙합의 범주를 넓힌 듯한 인상이 강하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고차원적인 스웩(Swag)을 보여준다.
비슷한 듯 달라서, 이렇게 전작들과 비교하며 적용된 변수를 살펴보는 것도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앨범이다. 부르는 노래의 가사 또한 큰 변인이고 재밋거리다. 사랑 노래도 아닌 여자 노래를 부른다. 자랑거리로 묘사되는 일반적인 힙합 넘버들과 달리 그들에게 존중과 감사를 표한다. 확고한 가치관과 감각적인 센스가 수록곡 전체에 퍼져있다.
저스틴 팀벌레이크와 함께한 'Brand new'가 걸출하다. 사랑해주는 여자를 통해 내가 '새 것'이 된 기분이라는 가사에 브라스 세션과 코러스로 감칠맛을 더했다. 'Know who you are'에선 직장인을 비롯한 지친 여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프레이징뿐 아니라 섬세한 가사와 앨리샤 키스의 음색은 누구든 달랠 수 있다. 공장 속도로 곡을 찍어내고, 댄서블하다고 얕보기 쉽지만 전곡에는 퍼렐의 철학이 담겨있다. 여자와 그루브에 대한 분명한 주관이 마무리 홈런을 성공시킨다. 안정적이다. 단, 가슴이 뻥 뚫리는 장외는 아니다.
독보적이지만 한결같은 비트가 자기 복제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유일한 단점이다. 혼자 부른 노래 중 스타일이 좀 다른 'Happy'를 제외하고는 콜라보 히트곡을 넘을 수가 없다. 작년 'Get lucky'나 'Blurred lines', 예전의 'Drop it like it's hot',과 'Frontin''은 절대적이다. 터져 나오는 작업량의 커리어에 찍힌 정점들과 비교해서 그렇지 우수한 앨범이다. 핵폭탄 급의 싱글을 떨어뜨리던 프로듀서이다 보니 기대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강력하고 화끈한 무언가를 바라고 있을 대중들에게 퍼렐은 봄을 선사한다. 본인에게 솔직하다. 바이올리니스트와 협업한 'Marilyn Monroe' 한곡을 제외하고는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혼자 했다. 필요한 피쳐링만 받고, 따라하지 않고, 하고 싶었던 음악과 이야기를 한다. 스타일의 범위가 협소하지만 밀도는 높다. 쉽게 보면 '펑키하다'라는 말이 '춤을 추자'라는 뜻임을 일깨워주는 즐거운 음반이다. 세련된 앨범이다. 따스하면서도 선선한 봄처럼 모든 것이 적절하다.
-수록곡-
1. Marilyn Monroe
2. Brand new (Feat. Justin Timberlake) [추천]
3. Hunter
4. Gush
5. Happy [추천]
6. Come get it bae (Feat. Miley Cyrus)
7. Gust of wind (Feat. Daft Punk)
8. Lost queen
9. Know who you are (Feat. Alicia Keys) [추천]
10. It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