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댄스 그룹 '박진영과 신세대'로 가요계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가 딱 한 장의 앨범만 내고 사라지고 만 박진영을 화려하게 부활시켜준 앨범이다. 이전의 실패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였을까. 솔로 첫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꽤 탄탄하다. 줄곧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로 강조하고 있는 흑인음악의 느낌 또한 이 앨범에서부터 드러난다.
박진영은 댄스나 발라드, 한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에게 댄스와 발라드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가는 여러 갈래의 가지인 듯하다. 물론 그 뿌리는 앞서 언급했던 '흑인 음악'이다. 무리 없이 소화해낸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수록함으로써 박진영은 탁월한 '딴따라'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첫 트랙 '날 떠나지마'에서는 드럼이 부각된 경쾌한 비트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가사가 이루는 의도된 부조화가 오히려 돋보인다. '너의 뒤에서'에서는 박진영표 발라드 특유의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윤권이 리메이크하기도 한 '마이 걸'에는 레게 리듬이 가마되어 있기도 하다. 량현량하가 '춤이 뭐길래'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한 '사랑 때문에'는 코믹한 가사로 앨범에 위트를 더한다.
여기에 박진영은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며 스스로에게 단순히 '가수'로서가 아니라 '뮤지션'으로서의 색깔을 부여한다. 자신을 '딴따라'라 부르기를 꺼려하지 않는 박진영의 소위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행보는 기본적으로 확고한 음악관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1995년 동아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박진영은 2년 후에 은퇴하여 무역업에 종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바뀌는 법. 박진영은 여전히 가요계에 남아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니, 계속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어느덧 데뷔 20년째를 넘긴 지금, '박진영'에서 'JYP 네이션'으로까지 세력을 확장한 그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 지 궁금해진다.
-수록곡-
1. 날 떠나지마 [추천]
2. 너에게 묻고 싶어
3. 마이 걸 (My girl)
4. 아픔 속에서
5. 너의 뒤에서 [추천]
6. 사랑 일 년
7. 아직 기다리는지
8. 사랑 때문에
9. 너에게 묻고 싶어 (Ending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