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7ºCN
씨엔블루(CNBLUE)
2017

by 정민재

2017.03.01

'아이돌을 넘어' 같은 진부한 얘기는 않겠다. 좋고 싫음을 떠나, 이들은 이미 궤도에 오른 팝 밴드다. 정용화를 필두로 제작의 주도권을 팀으로 가져오면서 발전에 가속이 붙었다. 캐릭터가 자리를 잡는 동안 음악적 역량도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멜로디 전개와 소리 구성, 퍼포먼스 측면에서 한층 매끈해진 결과물을 내놓았다. 공력을 기울인 끝에, 커리어 초반의 잡음과 애티튜드 논쟁을 지나 이제는 독자 영역 구축에 돌입한 모양새다.

새 EP < 7ºCN > 역시 모난 구석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선율과 편곡, 가창과 연주가 ‘찰떡’처럼 붙는다. 팀으로서는 최초로 외국 작곡가와의 ‘송캠프’도 거쳤다. 싱커페이션을 동원한 리듬 패턴에 캐치한 후렴을 배치한 ‘헷갈리게’, 브라스를 활용해 팝 멜로디에 생기를 더한 ‘It’s you’의 팝 감각은 이 같은 공동 작업으로 거둔 상승효과다. 어쿠스틱 사운드 중심의 ‘마니또(Manito)’ 역시 좋은 선율을 바탕으로 흡인력을 발휘한다.

기분 좋은 팝 에너지가 앨범 전반에 걸쳐있다. 볼륨에 어울리는 곡 구성으로 유기성도 획득했다. 음악적으로 이렇다 할 결점이 없는 음반의 문제는 기획 단계에서 감지된다. 악기 편성 등 디테일의 차이뿐, 언젠가부터 EP 단위의 작품이 대체로 유사한 색채를 띠는 것. 비슷한 작법, 주제의 타이틀곡과 일정 패턴으로 반복되는 수록 곡의 흐름이 일종의 기시감을 초래한다. 정교해진 곡 완성도와는 별개로, 한 장의 음반으로써는 퍽 심심한 결과물의 연속이다.

변주가 필요한 때다. 팝의 최대 강점은 다채로운 팔레트에 뿌리를 둔다. 브랜드를 확립한 팝 밴드의 대부분은 자신만의, 그러나 너른 스펙트럼을 구사했다. 그동안의 씨엔블루가 보컬과 연주 실력을 키우고 악곡 흡수력을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 발 나아가 다양한 스타일을 채울 시점이다. 주 무기인 선명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음악적 외연의 확장은 선택 아닌 필수다. 현상 유지에 그치는 안일한 기획보다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막힌 한 방이 요구된다.

-수록곡-
1. 헷갈리게(Between us) [추천]
2. It’s you [추천]
3. 끊지마(Calling you)
4. When I was young
5. 마니또(Manito) [추천]
6. Royal rumble [추천]
정민재(minjaej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