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Re:BLUE
씨엔블루(CNBLUE)
2013

by 이수호

2013.02.01

최종적으로 록 음악이라 정의내리는 것은 애티튜드의 여부다. 기타, 드럼, 베이스를 들고 사운드를 멋지게 뽑아냈다고 해서 항상 록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건 아니니 말이다. 위대한 로커를 선정하는 데 있어 밥 딜런(Bob Dylan)이 메탈리카(Metallica)보다 앞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마추어리즘의 산울림이 프로페셔널의 사랑과 평화와 동등한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도 태도의 논리가 대전제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담론이 다소 확대됐다. 각설하고 돌아오면, 결국 록 음악에는 밴드로서의 자기 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세련된 사운드를 구사하건, 얼마나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주건 간에 곡을 만드는 데 있어서 주체가 없는 음악은, 또는 무대에 올라섬에 있어서 자기 소리가 빠져버린 음악은 결코 록 음악으로 정의될 수 없다. 그 순간부터는 사운드의 측면에 더욱 주목하는 장르로서의 록 수준에만 머무르게 된다.

제작자가 개입하고 있는 기획형 밴드이지 않느냐는 반문을 예상해본다. 물론 이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관계에서 소위 '갑'의 아래에 있는 한 '을'의 목소리는 분명 나오기 힘들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컨텐츠로써 대중들에게 일 순위로 보이는 것은 '갑'의 손길이 아닌 '을'의 얼굴이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우선적으로 면전에 서 있는 상품으로 향하지, 그 너머에 있는 제작자로까지 단번에 향하지 않는다.

태도의 논리가 다시 부각되는 지점 또한 여기다. 제작의 단계에서 기획자가 제 아무리 상부 구조에 자리 한다 해도 수용자들과 최초로 강력하게 접촉하는 주체는 결국 만들어진 가수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와 태도 하나하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제작의 과정에서는 기획자가 우위를 선점했을 수는 있지만, 소비자를 만나는 매매의 과정에서는 아티스트가 순서를 선점한다. 대중들의 방향을 일차적으로 가르는 것은 상품으로 나온 이들과 이들의 움직임으로부터 나오는 콘텐츠들이다. 태도의 논의에서 기획이라는 것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씨엔블루의 이번 앨범은 아쉬운 작품이다. < Re:BLUE >는 우선 '외톨이야', '직감' 등으로 보여주었던 작곡가 김도훈 식의 작법에서 벗어나, 정용화가 중심이 된 작곡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트랙이 비슷한 진행과 구성으로 점철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각각의 특색에 맞춰 자신들의 목소리를 달리 배치했으니, 씨엔블루의 결과물로서도 작곡가 정용화의 결과물로서도 음반은 나쁘지 않다.

특히 첫 트랙 'I'm sorry'는 타이틀 곡으로 손색이 없다. 스트레이트한 전개 속에서 탄탄하게 무게감을 유지하는 기타 배킹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밴드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정용화의 보컬은 쉬이 중심을 잃지 않는다. 더불어 사람들을 잡아끌만한 세련된 멜로디와 가벼운 리듬을 포진시켰으니 메인 넘버로 선정하기엔 이만한 트랙이 없다.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이어지는 곡 'Coffee shop'도 작곡가로서의 한계가 드러나는 비슷한 진행 구조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주목받을 만 했다.

그러나 작품을 만든 이들에게 갖가지 악재들이 등장했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이 말이다. 애티튜드의 여부도 희미하던 이들이었기에 이번 논란은 더욱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기획형 보이 그룹이라는 정체성과 록 밴드의 작품이라는 태도의 결과물이 < Re:BLUE >의 한복판에서 충돌했다. 하지만 전자가 가진 한계점이 후자가 가진 요점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앨범도 자연스레 제 값 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 할 공산이 크다. 이번 작품이 아쉬운 이유다.

-수록곡-
1. I'm sorry [추천]
2. Coffee shop
3. 나 그대보다
4. 나란 남자
5. 라라라
6. Where you are (Ver. Eng)
이수호(howard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