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참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과의 만남은 최악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여러 사건을 거치며 겹겹이 쌓인 편견은 거의 회복불능 지경에 이르렀고, 어떻게든 음악으로 그 돌파구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두 장의 미니앨범 후 선보이는 첫 정규작은 안타깝게도 명확한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일단 타이틀로 낙점된 ‘직감’을 보자. 록의 바탕위에 스크래치와 후크 송의 요소를 재치 있게 담아낸, 제법 형식을 말끔하게 갖춘 곡이다. 다만 여전히 언급되는 표절문제는 자주권의 부재에서 찾아오는 문제다. 장르 간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며 뚜렷하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 역시 뮤지션으로서의 심사기준에 적합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 ‘사랑 빛’의 편곡을 그대로 가져다 쓴 듯한 ‘상상(Imagine)’이나 90년대로 돌아간 듯 다소 촌스러운 ‘Ready N Go’에도 박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좀 여유 있게 보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느 정도 개선의 방향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벼운 기타 톤과 함께 수줍은 감정을 리듬감 있게 읊어내는 ‘Love song’, 후렴의 완급조절이 자연스레 시선을 끄는 ‘I don't know why’는 팝 록 시장이 만개한 일본과 비교해도 뒤쳐지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평범한 가사는 그렇다 쳐도 정용화가 공동작곡한 멜로디는 분명 발군이다.
발라드 노선을 띠는 ‘사랑은 비를 타고’나 ‘고마워요’에서 그 장점이 묻혀버리기는 하지만, ‘Lie’나 ‘One time’ 등이 일정한 퀄리티를 보여주며 첫걸음으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도 큰 비중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고, ‘블루투스 밴드’라는 오명을 벗으려 전곡의 반주를 세션 없이 스스로 해냈다. 전체적으로는 미흡할지언정 어느 정도 기본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셈이다.
다만 주체적인 사고가 동반되지 않은 무조건적인 비난은 우려스럽다. 물론 표절시비나 인디를 이용한 언론플레이는 심히 유감이지만 기사의 헤드라인만을 보고 지레짐작해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의 행동 역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 중 일부는 기획과 전략 없이 특정 장르가 메이저에 안착할 수 없는 시장 구조에 돌려야 하고, 일부는 연주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방송사의 시스템에 돌리는 것이 맞다. 어쨌든 메인스트림을 무대로 삼은 흔치 않은 밴드다. 일반 대중에게는 그나마 록을 접할 몇 안 되는 통로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그래도 돌보아야 하는 미운오리 새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아직 기획사에 휘둘리는 이들이지만 한국의 맥플라이(Mcfly)가 되지 말라는 법 또한 없다. 결국 다양성의 씨앗을 뿌리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대중들이고, 또한 맹목적인 깎아내림 보다는 건전한 비판이 그곳에 물을 줄 수 있다.
또한 가수 본인들에게 있어 분명한 점은 앞으로 모두가 납득할만한 발전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직감’이나 ‘Love’를 뛰어넘는 곡을 만들어내야,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심어 놓아야만 그저 록을 반주로만 활용한 그저 그런 아이돌 가요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음악이 전제되지 않은 외부활동이나 겸손치 못한 발언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이미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다만 가능성의 실마리를 남겨두었기에, 이들의 사운드는 주류에서 듣기 힘든 신선하고 색다른 맛이 있기에, 그렇기에 아직은 더 응원할 때다.
- 수록곡 -
1. 직감
2. Love girl [추천]
3. 상상(Imagine)
4. I don't know why [추천]
5. 사랑은 비를 타고
6. Lie
7. One time
8. Just please
9. Wanna be like U
10. Ready N Go
11. 고마워요
12. One of a kind(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