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꿈틀거리는 생동감과 컬러풀한 뮤직비디오, 커버에 즐비한 텔레비전. 재치가 가득하다. 여전히 감각적인 래핑에 노래라는 분야로의 모험, 완급을 적절히 배치한 트랙이 더해져 줄기찬 상승세에 힘을 더해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텔레비전에 반사된 그의 모습이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와 스스로 응시하는 자아 사이의 불일치는 ‘천재’와 ‘Anti’에서 대비된다. 앞에서는 ‘특출난 척 용쓰는 멍청이’라고 폭로하지만 ‘Anti’에서는 안티로 가정해 자기번민의 절정에 이른다. 직설적인 래핑 위에 실린 지소울의 날 선 목소리가 ‘Anti’란 곡의 제목처럼 스산한 분위기를 드리운다.
‘Artist’와 ‘She's baby’에서는 반대로 사랑에 빠진 남자를 노래한다. ‘She's a baby’에는 지코 특유의 빠르게 내뱉는 래핑도 고무줄처럼 팽팽한 플로우도 없다. 공격적으로 들리던 높은 톤은 귀여운 투정으로, 독특한 코드 워킹도 그의 귀여운 응석을 도왔다. 가사가 간지럽기도 하지만 달콤한 멜로디가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전자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악기 또한 두근거리는 기분을 장식해준다.
‘Artist’는 지코의 대중적 멜로디 감각을 보여준다. 직관적이고 쉬운 후렴은 호흡을 이용해 밀고 당기며 그의 명확한 플로우와 개구쟁이 같은 톤과 뒤섞여 활력을 뿜어낸다. 가사에 등장한 ‘겁나 핫한’ Fanxy child는 지코가 수장이며 크러쉬, 딘을 비롯한 잔나비띠(92년생)들이 뭉쳐 만든 크루다. 이들은 이번 앨범에 가세해 그들의 자신감과 ‘스웨그’를 맘껏 과시한다. ‘다 뒤처지느라 고생이 많다’(‘Fanxy child’)는 대세의 바통을 이어받은 패기가 담겨있다.
소재를 잘 운용했다. ‘텔레비전’으로 인한 일그러진 내적갈등을 드러내면서도, ‘텔레비전’이 주는 선명함 가득한 곡들을 배치해 자기표현과 대중성이라는 두 이야기 모두를 설득력 있게 해냈다. 알앤비나 일렉트로닉 등 여러 장르, 변칙적인 리듬과 편곡을 활용해 만들어진 곡의 흐름이 꼭 오색찬란한 만화경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타인의 공감까지 획득한 영리한 앨범이다.
-수록곡-
1. 천재(Behink the scene) [추천]
2. Artist [추천]
3. Anti (Feat. G.Soul)
4. Fanxy child (Feat. FANXY CHILD)
5. She's a baby [추천]
6. Bermuda triangle (Feat. Crush, D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