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INKING Part.1 >은 ‘천둥벌거숭이’를 제외하면 힘을 뺀 지코를 보여줬기에 새 앨범에는 특유의 몰아붙이는 래핑과 직관적인 훅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을 벗어나 그는 과거를 확실히 내려놓았다. 스웨그 넘치는 악동 대신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는 우지호가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커버 속 로댕의 < 생각하는 사람 >으로 변한 피사체의 지코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유일하게 기존의 색을 이어간 ‘Another level’은 방향을 잃었다. 둔탁한 비트와 킬링 파트는 ‘말해 yes or no’, ‘BERMUDA TRIANGLE’의 형식을 따르고 ‘나 잘났어’ 식의 진행은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 오히려 지코의 색채가 묻지 않은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Dystopia’와 ‘꽃말’의 입체감 있는 사운드는 마치 극을 보는 듯하고 넓어진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이제는 그의 캐릭터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담백하게 그의 심정을 꾹꾹 눌러쓴 가사가 음반의 핵심이다. ‘남겨짐에 대해’는 미니멀한 피아노 위 일상의 언어를 무심하게 얹어 차가움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겨울 끝자락을 떠올린다. ‘Balloon’은 높은 하늘 위를 날아갈 수 있는 존재지만, 날 세운 세상에서는 누구보다 연약한 풍선을 자신에게 투영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지만 쉽게 그의 세상으로 젖어 들 수 있다.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냈고, 대중은 지코 너머 인간 우지호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탕아 혹은 경주마처럼 내지르기만 했던 그가 멈춰 서서 사색에 잠겨 있다. 물 흐르듯 읊조리는 래핑과 달리 적절하게 무게를 담아낸 가사는 자신의 현 상태를 전달해주는 가교이다. 필치 가득하거나 삐뚤어진 태도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진중함이 묻어난 성장은 유독 저릿하게 다가온다. 이리저리 혼란한 자아를 그리면서 한 층 업그레이드된, 역설적인 모습이 여기에 있다.
-수록곡-
1. Another level (Feat. 페노메코)
2. 남겨짐에 대해 (Feat. 다운) [추천]
3. Dystopia
4. Balloon [추천]
5. 꽃말 (Feat. 제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