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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utation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2017

by 정유나

2017.11.01

공백기동안 생긴 구설수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명성은 바닥을 쳤다. 거짓말쟁이에 교활한 뱀이라 질타 받던 그는 뱀을 컴백의 상징으로 쓰며 그간의 잡음을 모두 집어 삼킨다. 앨범 표지를 흑백으로 덮어내고 독기는 배로 늘었다. 'Look what you made me do'는 변화를 집약한 곡이다. 뉴 테일러가 꼭대기에 서있는 가운데 컨트리 시절 캐릭터들은 아래로 떨어져 나간다, 아니 예전의 모습들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테일러가 해오던 달콤한 팝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곡들이 활동 싱글로 내세워졌다. '...Ready for it?'의 무거운 비트와 중저음 보컬은 지금까지 음반에서 등장하지 않던 질감이다. 발랄하고 순수한 소녀성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해왔기에 어두워진 수록곡은 우선 팬들의 취향을 분명하게 가른다. 이 과정에서 < 1989 >를 채워준 선명한 멜로디가 신보에서 줄어든 것도 분명 아쉬운 점이다. 'Blank space'나 'Shake it off' 같은 친밀한 트랙이 적은 것도 그렇고,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들어간다는 설렘 대신 성공한 팝 스타가 되어 성숙해진 낯선 분위기의 차이도 존재한다.

가수 스스로도 커다란 매력을 떼어낸 격인데 주춤하지 않는다. 도리어 당당히 걸어 들어가 뜨겁게 부딪친다. 오랜 협업을 해온 맥스 마틴은 둔탁하고 무게감을 실어 편곡했고, 전보다 큰 비트에서 움직이는 곡은 컨트리를 주로 불러온 테일러에게 버거운 선율과 규모다. 강렬한 전개를 따르는 'I did something bad'나 가스펠로 웅장함을 더한 'Don't blame me'가 대표적 예다. 공개된 앨범 메이킹 영상에서 곡을 익혀가는 과정은 그가 작업기동안 처했던 가창상의 난제를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치기 어린 사랑노래를 하던 설익고 쨍하던 목소리는 훨씬 다양한 톤을 내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마돈나 등 팝의 여제들이 부를 법한 곡을 그의 방식으로 훌륭히 소화한다. '...Ready for it?'에서의 차가운 중저음 음색, 에드 시런과 퓨처의 참여로 기대를 모은 'End game'에서 노래와 랩을 번갈아 해내는 것 역시 재능을 확장한 부분이다.

몇몇 수록곡은 여전히 테일러의 특징을 간직한다. 밝고 유려한 스타일의 'King of my heart', 'Delicate'는 따뜻한 보컬을 수식해준다. 사랑에 빠진 감정이나 남자친구를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노랫말로 풀어내며 연성화된 팬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핑크와 로드 등 올해 여성 가수들과의 작업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 역시 이 앨범에서 파동을 만든다. 'Look what you made me do'도 그의 작품이고 'Getaway car'은 친근한 멜로디를 뿜어내며 킬링곡으로 자리한다. 지난 'Out of the woods'에서 후렴을 반복하며 인상을 남겼던 방법으로 다시 좋은 곡을 선물했다.

테일러는 음반 발매 4일 만에 100만장을 돌파했다. 이 기록으로 1주 내 100만장 판매한 앨범을 한 장 더 추가했다. (3집 < Speak Now >부터 지금 6집까지 차례로 4장이다.) 'Shake it off'에서 어설픈 춤을 보여줬던 그가 이제 무대에서 웨이브를 춘다. 화장은 짙어지고 의상도 과감해졌다. 3년 전 그가 섹시나 강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였지만 이 앨범 하나로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도록 속력을 높였다. 내쉬빌 출신 컨트리 가수가 댄스 팝까지 소화하며 팝의 중심으로 달려간다. 강력한 흡수력과 확장성은 테일러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다.

-수록곡-
1. ...Ready for it? [추천]
2. End game (Feat. Future & Ed Sheeran) [추천]
3. I did Something bad [추천]
4. Don't blame me
5. Delicate
6. Look what you made me do
7. So it goes...
8. Gorgeous
9. Getaway car [추천]
10. King of my heart [추천]
11. Dancing with our hands tied
12. Dress
13. This is why we can't have nice things
14. Call it what you want
15. New year's day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