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Revival

에미넴(Eminem)

2017

by 이택용

2018.01.01

에미넴의 부활은 거창하게 실패했다. 상당한 만족도를 안겨주었던 전작 < The Marshall Mathers LP 2 >를 총괄한 닥터 드레와 릭 루빈을 다시 끌어들여 사운드를 완성했지만, 결과물은 귀를 비롯하여 오디오 출력장치의 상태까지 의심하게 할 정도로 남루하다. 음반을 관통하는 화자의 내러티브 또한 뒤죽박죽. 다채로운 구성을 위해 고용된 피처링진 또한 맡겨진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비참한 점은 ‘음반 타이틀이 왜 부활인가’라는 의문이 해결할 수 없는 과제였음을 깨닫기까지 무려 한 시간하고도 17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특히 상당수의 우리나라 리스너들에게 힙합이란 재밌는 음악을 소개한 랩 슈퍼스타의 신작이란 특이점이 없었다면 중간에 재생 중지 버튼을 눌렀을 만큼, < Revival >은 실망스럽다.

종잡을 수 없는 의도와 컨셉트가 시대착오적인 프로덕션으로 나타난다. 치츠 앤 총의 ‘Earache my eye’와 조안 제트 앤 더 블랙하츠의 ‘I love rock n` roll’ 등 갖은 샘플들을 버무린 ‘Untouchable’, ‘Remind me’와 같은 80년대 랩 록 스타일 트랙들은 현시대에 먹힐만한 요소가 현저히 부재한다. 그나마 최신 트렌드인 트랩을 섭렵한 ‘Believe’은 부활이란 오기가 낳은 오용. 사이사이 끼어있는 팝 스타일의 곡들은 어떠한가. 비욘세와 에드 시런, 알리샤 키스, 핑크 등 스타들을 불러들여 완성한 ‘River’, ‘Like home’ 등 팝 트랙들은 아무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채 오히려 음반의 통일성을 해친다.

온갖 잡동사니들을 실은 요란스러운 비트 위에 펼쳐지는 에미넴의 래핑 또한 듣기에 거북하다. ‘Framed’로 대표되는 트랙들에서 등장하는 그의 장기, 특유의 라임과 자극적인 플로우는 이전의 ‘Rap god’만큼의 인상을 주지 못한다. 각 트랙들에 대한 불호를 결정시킨 가장 큰 이유는 괴팍한 후렴구다. 앞서 언급한 ‘I love rock n` roll’이나 크랜베리스의 ‘Zombie’ 등 샘플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음반의 후렴구들은 연계성과 유기성이 전혀 없이 배치되어 따로 노는 듯한 감상만을 남긴다. 특히 래핑이 쌓아 올린 감흥을 한 번에 죽이는 ‘Offended’의 후렴구는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최악 중 최악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세차게 디스한 싸이퍼가 동력을 제공한 가사는 어떨까. 현 미합중국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행보에 화가 잔뜩 난 화자는 홀로코스트나 히틀러 등의 비유를 들어 그를 비난하지만, 예전만큼의 재치가 보이지 않고 듣는 이를 설득시키는 화술 또한 떨어진다. 모두가 나서서 ‘도널드 트럼프는 나쁘다’고 말하는 현 상황에서 재미와 설득력을 상실한 인신공격은 그저 맹목적인 조롱으로만 보인다. 그의 말대로 < Revival >의 가사가 트럼프를 향한 로켓이라면, 그 로켓은 발사 버튼이 없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아쉽게도 < Revival >은 랩 스킬 면에서 최고의 역량을 유지하고 있는 래퍼의 음반이다. 또한 자신의 환경이나 위치를 내러티브로 잘 녹여냈던 작가의 작품이자 여러 곡들을 차트 상위권에 포진시킨 대중가수의 상품이다. 예전만 못한 현재의 위상과 리리시즘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첫 트랙 ‘Walk on water’에서 보이듯,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에미넴은 위의 모든 것들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음반에 담았다. 그러나 어느 하나 변변치 않다. 정말이지 < Revival >은 당혹스러운 음반이다.

-수록곡-

1. Walk on water (Feat. Beyonce)

2. Believe

3. Chloraseptic (Feat. Phresher)

4. Untouchable

5. River (Feat. Ed Sheeran)

6. Remind me (Intro)

7. Remind me

8. Revival (Interlude)

9. Like home (Feat. Alicia Keys)

10. Bad husband (Feat. X Ambassadors)

11. Tragic endings (Feat. Skylar Gr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