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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To Be Murdered By
에미넴(Eminem)
2020

by 손기호

2020.03.01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 무대에 에미넴이 등장했다. ‘Lose yourself’로 랩 음악 최초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을 당시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거부했던 공연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음악 인생은 계속되지만 2017년 발매한 < Revival > 이후 계속되는 평단과 대중의 혹평 속에서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 중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1958년에 발표한 사운드트랙 < Presents Music To Be Murdered By >를 이번 앨범의 영감으로 삼은 이유는 확실하다. 영화계의 ‘이단아’라 불리며 아카데미에 외면받았던 히치콕은 공로상 수상 당시 “Thank You."라는 짧은 한마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에미넴의 대답은 < Music To Be Murdered By >다.

첫 트랙 ‘Premonition’은 그가 무너지길 바라는 평단에 닥칠 불길한 예감을 고한다. 묵직한 신스 베이스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곡은 오르간 샘플이 긴장을 더 하고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케 하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 2분이란 시간을 에미넴이 쉬지 않고 분노를 토해낸다. 음악 평론지 < 롤링 스톤 >이 엘엘 쿨 제이의 < Bigger And Deffer >에 대해 악평한 것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며 ‘내가 했던 것에 반만 해도 너희보다 이룬 게 많다’고 소리친다. 그를 비난하는 자들을 음악으로 압도하겠다는 의지.

래퍼 버스타 라임스의 ‘Woo Hah!! Got you all in check’의 후렴구를 가지고 온 ‘Yah yah’는 그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로이스 다 5'9"을 비롯해 큐 팁, 더 루츠의 래퍼 블랙 소트와 함께 한 건재한 올드 스쿨이다. 영 엠에이, 주스 월드, 돈 톨리버 등 신진 아티스트의 힘을 빌린 변화의 의지도 타협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의 목소리가 중심을 잡고 있어 에미넴 고유의 색은 빛을 발한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기술이다. 전작 ‘Rap god’에서 재미를 본 그는 ‘Godzilla’에서 빠르게 말하기를 넘어 발전된 랩 실력을 증명하지만 모든 관심이 이 곡에 집중된 것은 그의 음악이 흉내 내기 놀이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이먼 & 가펑클의 ‘The sounds of silence’를 샘플링한 비트 위로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총기 사건을 언급한 ‘Darkness’는 총기규제 같은 주제를 담지만 오래된 전작 ‘Stan’의 문법을 반복하고, 스카일라 그레이가 노래 부르고 프로듀싱한 ‘Leaving heaven’을 거쳐 ‘Stepdad’ 역시 실제 혹은 가상의 이야기를 섞은 에미넴식 전개로 신선도를 떨어트린다. 앨범의 무거운 주제에 지루한 진행까지 더해져 20개나 되는 수록곡은 부담이 되어 기억에 남지 않고 흘러간다.

< Revival >을 지워버리고 싶은 팬들 앞에 과거의 그를 꺼내오는 데 성공했지만 전성기보다 못한 모습에 그리운 마음만 커진다. < Music To Be Murdered By >는 그를 손가락질 했던 사람을 다시 시작한 에미넴 쇼의 착석시킬 입장권이다. ‘이 정도면 됐지’란 감상평으로 만족할 수 없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을 소환하며 자신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할 그의 심판은 찬란했던 에미넴을 모사한 반쪽짜리 성과만 남겼다.

-수록곡-
1. Premonition (Intro)
2. Unaccommodating (Feat. Young M.A) [추천]
3. You gon' learn (Feat. Royce da 5'9'' & White Gold)
4. Alfred (Interlude)
5. Those kinda nights (Feat. Ed Sheeran)
6. In too deep
7. Godzilla (Feat. Juice WRLD) [추천]
8. Darkness
9. Leaving heaven (Feat. Skylar Grey)
10. Yah yah (Feat. Black Thought, dEnAun, Q-Tip & Royce da 5'9'') [추천]
11. Stepdad (Intro)
12. Stepdad
13. Marsh
14. Never love again
15. Little engine
16. Lock it up (Feat. Anderson .Paak)
17. Farewell
18. No regrets (Feat. Don Toliver) [추천]
19. I will (Feat. Joell Ortiz, KXNG Crooked & Royce da 5'9'')
20. Alfred (Outro)
손기호(gogoki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