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Vivid
아도이(ADOY)
2019

by 이홍현

2020.03.01

밴드 아도이의 색깔은 등장 때부터 확실했다. 몽롱한 신시사이저로 신스팝, 드림팝을 경유하는 양질의 두 미니 음반을 발매하며 그들은 자신의 고유 음악 영역을 구축했다. 멜로디보다 편안한 분위기에 뜻을 두는 외양은 짧은 시간에 큰 호응으로 이어져 튼튼한 애호가층을 다지기도 했다. 팀의 첫 정규작도 그들의 그러한 특출한 감각을 드러낸다.

그룹의 장기는 역시 매끄러운 사운드다. 몽롱한 기류 위 이번에도 생동하는 전자음이 앨범 전체를 주도하는데, 전작들보다 음향은 완숙해졌다. 그 덕에 산만함이 줄었고 음반의 색감이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시작을 여는 ‘Lemon'에서 3번 트랙 ‘Pool'로 이어지는 초반 흡인력은 특히 뛰어난데, 하나의 긴 노래를 듣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리가 정돈되어 있다. 수록곡을 하나로 아우르는, 부담 없는 밑그림이 대번에 청자를 작품의 세계로 안내한다.

포용하는 감성 폭의 확장으로, 작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곡 정서에는 변화를 준다. 그에 따른, 이질감 없이 자유자재한 고저 조절이 본작의 또 다른 핵심이다. 따뜻한 색채로 다른 곡들과 온도 차를 이루는 ‘Someday'와 ’Domino', 침착한 보컬로 휴식처를 제공하는 ’Swim‘은 대표적인 환기 트랙으로 후반부로 가는 탄력을 살리고, 이어지는 ’Ugly'는 다시 올린 긴장감으로, 침침한 피아노의 ’Moondance'는 가라앉힌 기운으로 굴곡을 조성한다. 적절한 대비와 면밀한 트랙 배치 덕에 앨범은 꽉 차 있고, 아주 짧게 느껴진다.

다만 자극을 주어야 할 멜로디가 없는 탓에 덧칠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보컬 선율이 코드 위를 평이하게 겉돌며 결정적인 한 방을 심지 못하는 것. 더불어 약간의 자가 복제 약점도 내비치는데, 작중의 긴 호흡으로 목소리를 빼는 흐름은 그간 발매한 작품들과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Someday'의 후렴이 < LOVE >의 ’Blanc‘와 닮은 것은 대표적이다. 방향을 잘 닦아온 팀이기에 작품 간의 경계 가름을 위한, 더욱 참신한 선율 매무새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 VIVID >는 아도이의 방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사운드를 빚는 역량이 한층 성장했고, 수록곡이 많은 정규 앨범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강한 방면, 잘하는 것에 우선 집중한 선택이 빛을 발한 성공적인 정규작.

-수록곡-
1. Lemon [추천]
2. Porter (Feat. 우원재)
3. Pool
4. Someday [추천]
5. Domino
6. Swim [추천]
7. Ever
8. Ugly [추천]
9. Moondance
10. Away
이홍현(gg13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