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엘은 매 순간이 커리어 하이였다. 정규 1집 < Frameworks >로 신의 주목을 유인하기 시작한 이래로 매년 작품으로 얼굴을 비추는 성실한 작업량과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 양질의 음반, 두 차례의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쾌거로 짧은 기간 안에 이력서를 몇 번이나 고쳐 썼다. 무엇보다 괄목할만한 것은 가파른 발전과 변화 속에서도 과욕(過慾)이나 강박은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를 나오고 독립 선언 후 발표한 첫 싱글 ‘TDC’ 역시 ‘많은 것을 이뤘지만 더 이룰 게 없는 듯이’ 자신의 현재를 응시할 뿐이다.
이제는 어떤 장인, 달관의 경지에 가까운 절제미를 터득한 듯하다. 전자음의 성향이 짙었던 초기작과 비교해 점차 리얼 세션의 비중을 늘리며 전통성을 강조하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최소한의 요소, 말하자면 정갈한 악기의 ‘자글거림’만으로 최대한의 감흥을 유도한다. 잘 영글은 어레인지의 흡인력인데, 마스터링의 주역이 무려 전설적인 네오 소울 아티스트 디안젤로(D’ Angelo)의 앨범을 담당한 데이브 콜린스(Dave Collins)다.
벌스에서 특유의 시큰둥한 톤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다가 세션이 속도를 높이는 타이밍을 기점으로 더블링과 화음을 몇 움큼, 프리 코러스(Pre-chorus) 마지막에는 패닝(Panning)을 활용한 좌우 소리 벌림을 한 스쿱 더하며 재미를 배가한다. 공간을 가지고 노는 보컬 운용이다. 겹겹이 포갠 후렴구 목소리는 브라스 소리를 듣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 같다는 말로 그를 수식하고 싶다. 묵직한 타격감과 의도적으로 살짝 흐린 발음의 더 콰이엇 랩까지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 국내 흑인 음악 신에서 다져온 독자적인 영역을 자랑스럽게 증명하는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