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의 구심력이 약하다. 2개의 인스트루멘탈은 곡과 곡을 이어주기보단 개별적으로 우뚝 솟아 있고 그 외 수록된 3개의 싱글은 각자 다른 주제를 적어 내린다. 청량함을 머금은 사운드와 레트로한 신시사이지저로 펑키함을 살린 첫 곡 ‘Mango’는 사랑의 이미지를 재밌게 표현한 여름의 활기를 닮은 곡이다. ‘Monk’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자기 독백을, ‘팔꿈치’는 그리움의 이미지를 담았다.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하는 가사의 문제는 흐름이다. 곡 사이의 인스트루멘탈도 개별 수록곡도 한 줄기에서 뻗어나지 않으니 음반이 도통 뭉쳐지질 않는다. 싱글 커트 되어도 좋을 만큼 매끈한 사운드를 이뤘음에도 앨범에 시너지를 불어넣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이다.
두 뮤지션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서사무엘의 독특한 발성과 그보다 더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김아일의 합이 어우러지지 않았다. 노래의 첫 벌스를 서사무엘이 맡고 김아일은 계속해서 뒤로 빠지는 식의 구성에서 인상에 남는 건 앞쪽뿐. 빠르고 경쾌한 비트에 명확한 발음으로 문장을 꽉 채운 서사무엘의 래핑이 수록곡에 더 안성맞춤이다. 김아일의 입장에서는 바통을 이어받기에는 선발과의 간격이 너무 크고 이미 시선을 빼앗겨 버리니 자기 몫이 줄어들 수밖에. 잔잔한 마지막 곡에 이르러서야 김아일만의 오묘한 목소리가 제힘을 쓴다. 개성의 사용도 잘 맞는 곡의 색도 매력의 분배도 놓쳤다.
조합만으로 신선한 기대를 불러왔지만 어쩐지 음반은 지나치게 자유롭다. 아무리 Elbow, 즉 팔꿈치처럼 유연한 자유로운 행동 의지를 담았다지만 연계 없는 곡들을 한데 묶고 그마저도 프로듀서의 이름을 전면에 세운 인스트루멘탈이 뜬금없이 등장하니 작은 빈틈이 더 크게 보일 뿐이다. 뮤지션, 프로듀서, 음반의 주제 어디에도 알맞은 중심추가 자리 잡지 못했다. 차라리 EP 앨범이 아닌 싱글로 발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앨범.
-수록곡-
1. Mango [추천]
2. Ian’s prayer
3. Monk
4. Coke’s glare
5. 팔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