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양희은이 김민기의 대타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그리고 가장 충실하게 해낸, 그러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분위기를 잃지 않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암울한 시기를 '상록수'라고도 불리는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으로 조용하게 쌓여만 가는 국민들의 한(恨)을 다독거려 주었으며 원제가 '금관의 예수'로 절망적인 현실을 절대 구원자의 손에 의해 벗어나길 갈망하는(원래는 북한을 생각해 만들었다고 한다) 절대 다수 서민들의 소망을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빗대어 표현한 '주여 이제는 그곳에'. '밤 뱃놀이'와 '고무줄 놀이', '알캉달캉'의 친근한 민중의식, 현실의 고역을 낙관적인 미래에서 희망을 찾는 '천릿길', 보편적인 농촌의 고단함을 어린 화자를 통해 정갈하게 해석해낸 '식구 생각', 개신교의 찬송가를 수록한 '저 높은 곳을 향하여'까지 모든 트랙이 베스트이며 양희은의 목소리 그 자체가 단촐한 기타 하나와 완숙한 경지로 승화되어 곡마다 정체성이 확보된 '70년대 중요한 앨범의 하나이다. 양희은의 전 앨범들 중 가장 먼저 리마스터링되어 복권되어야 할 음반.
전곡의 작사/작곡이 양희은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 앨범의 전 수록곡은 별 다른 이유 없이 금지곡으로 완벽히 묶였지만 노태우 정권의 출범과 함께 해금되었으며 1998년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50주년 TV 캠페인 광고에 '상록수'를 소재 겸 주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