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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피면
양희은
1985

by 지운

2002.02.01

스매시 히트를 기록한 '하얀목련'의 인기는 그녀에게 새로운 정규 음반을 출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김광민, 한충완, 이병우 등의 차세대 주자, 조동진, 하덕규, 최성원 등 동시대 거장들과 함께 한 이 앨범은 이주호가 이끄는 해바라기의 '고개를 숙인 사람', '갈 수 없는 나라',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등의 리메이크 곡이 있지만, 하덕규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녹아있는 '찔레꽃 피면'의 그리움과 하덕규 자신이 생을 마감할 마음으로 올라섰다가 내려와 곡을 썼다는 '한계령'이 앨범의 전체를 관할하고 있으며 김민기의 자기만족적 세계관이 투영된 후기 걸작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은 과거 민중의 아픔을 대변하고 현실을 보듬었던 차원에서 개인의 실존과 자아의 내면세계를 삶의 질곡 속에서 관조하는 차원으로 수평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의 곡이 되었든 양희은의 울림으로 형상화되면 그 곡은 양희은의 것이 되며 그 자체로 다른 무엇이 된다는 격을 다시 한번 보여준 이 앨범의 스테디 히트송 '한계령'은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국내와 해외를 오가던 양희은을 뒤늦게 가수의 길로 다시 불러들였으며 이 앨범에서 통기타로 참가했던 이병우와 손잡고 새로운 앨범 작업에 착수하게 만든 주요한 동기가 된다.
지운(jiun@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