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이 따로 없다. ‘Lion’의 기개와 ‘Tomboy’의 발칙함으로 비상했던 (여자)아이들은 이제 그들의 주무기인 도발적 가사에 발목을 잡히는 처지가 됐다. 니키 미나즈, 카디 비의 주제 의식을 표방한 이번 ‘Wife’의 노골적인 묘사와 섹스 어필은 그룹이 본디 루키즘적이고 저연령인 K팝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본연의 설득력을 상실한다. 메신저와 메시지 사이의 괴리가 주제의 전달을 해치는 것이다. 메신저와 메시지 사이뿐 아니라 메시지 그 자체에도 문제는 뚜렷이 존재한다. 가사의 선정성이 주 표적이 되고 있긴 하지만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결국 지나치게 단조로운 작사. “위에 체리도 따먹어줘”, “너도 한번 올라타 봐”와 같은 일차원적 묘사는 “My boob and booty is hot”, “Look so cool, look so sexy like Kim Kardashian” 등으로 대표되는 직전 타이틀 ‘퀸카(Queencard)’의 문제점을 계승하며 곡의 몰입을 강하게 해친다.
본래 의도한 반어적 주제가 존재감을 잃고 흐릿해지는 것 역시 이토록 섬세하지 못한 스토리텔링 탓이다. 그럼에도 ‘퀸카(Queencard)’의 경우보다 사운드의 설득력이 강하다는 사실은 분명한 강점이다. 니키 미나즈, 엔이알디(N.E.R.D) 스타일의 팝 랩을 흡수하며 간결하게 끊어 치는 비트는 작사 감각과 대비되는 전소연의 유려한 작곡 감각을 증명한다. 후반 파트의 플로우는 언더스코어스(underscores)의 ‘Locals’ 등 인디 일렉트로닉 계열에도 퍼졌을 정도로 상당히 뻔한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이 또한 감상을 해칠 정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보컬 멤버인 미연, 민니의 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 또한 긍정적. 여러모로 파고들려 하지 않을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올 싱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