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2
(여자)아이들
2024

by 장준환

2024.02.01

‘Tomboy’는 (여자)아이들에게 제2의 생명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역경과 주위 시선 따위에 휘둘리지 않을 강인한 들꽃 이미지를 아로새겼다. 이 행운은 기회이자 곧 제약과도 같았다. < I Never Die >가 쏘아올린 불사의 선전포고는 금세 대중을 매료했지만,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 세고 당당하며 휘황찬란하게 피어올라야 한다는 굴레를 안겼다.


‘Wife’의 선공개 전략은 노골적이면서도 일견 비범했다. 해외 힙합의 적나라한 표현을 가져온 매운맛 가사, 이와 정반대로 엔이알디(N*E*R*D)의 ‘Lemon’이 추구한 하이피(hyphy) 사운드와 간소화 전략을 교묘히 뒤섞어 대중의 뇌리에 당혹감과 통쾌함을 교차시켰다. 그건 차라리 찬반과 우호를 떠나 K팝 신에 암묵적으로 금기시된 장벽을 부수려는 정면 돌파로 해석할 수 있었고, 언젠가는 논의됐어야 할 담론을 수면 위로 꺼내든 모멘트가 되었다.


하지만 ‘Super lady’는 커리어 사상 가장 치명적인 패착을 남긴다. 시작부터 쨍하게 귀를 자극하는 소연의 고음, 일말의 틈조차 없이 강경 주입되는 신시사이저 연타, 양산형 빅 룸 하우스로 돌변하는 우악스러운 구성이 넘나든다. 화제성을 위해 각종 오마주와 새로운 작법을 품어야 한다는 강박이 모든 이음부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느덧 ‘Tomboy’의 영리한 전술가적 면모는 잊은 채 목적을 잃고 몸집만 부풀리기에 바쁜 상황. 이 순간 ‘Wife’가 제시한 도발적 화두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단지 이 모든 일의 취지가 ‘Nxde’와 ‘퀸카 (Queencard)’가 거둔 상한선을 갱신하기 위한 쓸쓸한 연극이었다는 사실만이 남을 뿐이다.


지체 없이 후렴으로 돌입하는 ‘Revenge’와 최예나의 ‘Bad hobby’를 연상케 하는 스타카토 접근의 ‘Doll’을 보자. 상처를 준 연인에게 ‘복수극’을 추리고 더 이상 ‘인형’이기를 거부하는 일련의 서사는 앨범이 주장해 온 메시지 측면을 채우기 위한 중간 지대다. 익숙한 소재 선정이기에 그간 (여자)아이들이 지향해온 주제 의식과는 끈끈히 결합해 있으나, 짧은 길이와 기시감 때문에 과거 주전 격의 존재감을 보인 수록곡 ‘My bag’과 ‘Allergy’가 지닌 개별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책임감을 덜어낼 때 매력이 빛을 발한다. 주목해도 좋을 트랙은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일상 소품과 솔직한 비유로 상황과 심리를 폭넓게 묘사한 소연의 작사 능력은 물론, 펑키(Funky)한 기타 선율과 직관적인 기승전결을 고루 담아낸다. 한 편의 청춘 만화 같은 분위기는 돌출부를 형성하고 공감과 위로의 키워드를 제공한다. 온도가 다르기에 감각이 잔존한다.


< 2 > 전반에 드리운 먹먹함은 결국 이 앨범이 대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피어오른다. 연대를 주장하고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면 정녕 그 방법이 일차원적 단막극에 그쳤어야 했을까. 그룹의 색채를 결산하고 규정하는 장이었다면 유행에 급히 탑승해 저지 드릴(‘Vision’)과 드럼 앤 베이스(‘7days’)를 택할 이유가 있었는가. 그렇다면 과연 두 번째 정규작으로써 정규 1집과의 차별성이나 앨범 단위의 단단한 지휘력을 갖고 있는가. 아쉽게도 이 모든 질문에 모호한 대답만을 남긴 채 20분가량의 잿빛 타협은 고스란히 막을 내린다


-수록곡-

1. Super lady

2. Revenge

3. Doll

4. Vision

5. 7Days

6.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추천]

7. Rollie

8. Wife [추천]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