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언쟁과 함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국내 힙합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힙합 1세대 래퍼들이 트렌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며 소멸했으나 가리온만큼은 예외였다. 그들은 본인들이 직접 형성한 들판 위에서 검은 갈기를 휘날리는 말처럼 달린다. 예전만큼 번성한 초원에서의 질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만들고 싶은 음악이 있으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기력이 남아 있다.
‘아라리’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중후한 세련미를 들려주는 < 가리온3 >의 연장이자 두 베테랑이 바라본 현 세태에 관한 짧은 술회다. 역동적인 파형이나 한 번에 꽂히는 훅 포인트는 없지만, 타이트한 비트와 래핑은 클래식한 멋을 품고 있다. 영혼을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남은 채 죽은 듯 세상을 떠도는 자들이 가득한 현재를 지켜보는 가사에도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감이 있다. 음악의 외피는 다소 낡아 보일 수 있지만, 오랜 풍파를 견딘 그들의 탄탄한 골조를 새삼 주목하게 만드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