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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와 네이비 그 사이
빅나티(BIG Naughty)
2026

by 정하림

2026.04.14

한 시절이 지고 난 뒤에도 빅나티의 캔버스엔 여전히 그림자가 짙다. 표출하지 않고는 못 배길 시기에 < 낭만 >을, 더 이상 타오르지 않을 관계에 < 호프리스 로맨틱 >을 제목으로 붙인 그림엔 열렬한 사랑의 여파가 남았다. 순전히 슬픔 해소를 목적으로 깊은 상처를 가둔 것이다. ‘빠삐용,’을 통해 ‘앞에 소년은 없으니 걱정하지마’라며 자아를 분리한 그는 이제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이를 향해 펜을 든다. 


동일한 색상 속에서 넓어진 감정의 스펙트럼이 눈에 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어두운 배경에도 각각이 주는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힙합 비트 대신 밴드 구성을 사용한 '안녕'과 '무리했었던 약속들’에선 소리를 내지르며 내면을 한껏 표출했다면 리버브와 몽롱한 선우정아의 음색을 적극 활용한 '메아리’에선 그리움을 짙게 퍼트리며 가라앉는 식이다. 후회를 아련하게 표현한 '딱 1년만'이 중간에 놓여 있으니 분출과 침잠 사이에서 각 곡의 명도가 다채롭다.


피처링이 다수인 본작에서 관건은 주도권에 있다. 글렌체크의 히트곡을 변주한 ‘은닉’이나 최성을 빌려 온 것이나 다름없는 ‘난리블루스’와 같이 조력자의 채도가 높아지는 순간 주인은 묘연해진다. 다만 원래도 자주 협업을 시도한 만큼 그는 자신이 돋보이는 방법을 안다. 신인류의 따스한 신시사이저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December', 또 다른 싱잉 랩의 대표 주자 식케이와 리듬감을 살린 ‘ㄱㅅㄲ', 규칙적으로 디스토션을 찍어 앞선 작법에 변화를 준 ‘For the first time, I’m in love’까지 각 프로듀서의 장점 위로 빅나티의 색이 선명하다.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기조를 고수했다. 대중가수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그는 래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협업한다. 소화 가능한 사운드의 범위를 넓히면서도 반복되는 스타일을 유연하게 돌파하는 모습이다. 한편 타인을 위해 자화상을 내려놓은 와중에도 채색 방식이 같은 점에선 그가 바라는 위로의 모양을 짐작한다. 꼭 모든 것이 밝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 코발트와 네이비 그 사이 > 어딘가 위치한 푸른빛이 유유히 밤을 비춘다.


-수록곡-

1. 안녕 [추천]

2. 은닉 (Feat. Glen Check)

3. December (Feat. 신인류) [추천]

4. 무리했었던 약속들 (Feat. 개리)

5. 딱 1년만 (Feat. 10CM)

6. 팔과 다리 (Feat. 이성우 of NoBrain)

7. ㄱㅅㄲ (Feat. 식케이 (Sik-K)) [추천]

8. 난리블루스 (Feat. 최성)

9. 이제우린뭣도아니고 (Feat. 밍기뉴)

10. 메아리 (Feat. 선우정아) [추천]

11. 전화해주세요 (Feat. jisokuryClub)

12. Let me love you (Feat. blah)

13. For the first time, I’m in love (Feat. Yescoba) [추천]

정하림(sielsia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