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라고 하자’로 상반기 차트를 저격했던 십센치와 빅 나티의 두 번째 합작이다. 봄의 짝사랑 감성을 노린 이전 곡의 인기가 사그라들기도 전에 ‘딱 10cm만’으로 쌀쌀한 날씨에 걸맞는 트랙을 선보인다. 가을 하늘같은 청명한 기타 반주 위에 얹은 목소리의 합이 역시 좋다. 유려하게 랩을 선보인 십센치나 < 낭만 > 이후 싱잉랩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빅 나티 모두 적절히 녹아들었다.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달리 함께 곁들인 글자들은 다소 어수선하다. 시인 나태주의 < 풀꽃 >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를 오마주한 가사로 공감을 사려고 했으나, 이 구절을 ‘딱 10cm만’ 멀어지자는 헤어짐의 소재에 연결할 만한 이유와 이음새가 미흡하다. 이번 곡이 음원 차트 10위에 진입할 경우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는 공약과 덧붙인 소속사의 의견도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별을 말하는 화자와는 동떨어져 있어 가볍게 느껴진다. 각자의 재능을 진지한 모습으로 선보일 때, 이 소년들의 매력은 더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