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십센치의 작은 이야기에 감응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어쿠스틱 선율에 솔직한 경험담을 읊는 청춘 보컬의 합작, ‘부동의 첫사랑’은 공감이라는 팀의 근간에 집중했다. 핵심은 단연 담백한 노랫말로, 가장 소중하고 부끄러웠던 순간을 파고드는 낱말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에 호소한 덕분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변하지 않는,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중의적 의미에서 부동(不動)도 맞춤형 수식어다.
절절하거나, 새벽 감성으로 침전하거나, 혹은 개성이 과하든가 하는 최근 인디 신 흐름 속 산뜻한 틈새다. 스쿨 밴드의 연습 장면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반주도 걸리는 부분 없이 깔끔하고, 권정열의 목소리도 늦깎이 봄을 수놓기 충분하다. 발매일에 맞춰 악기를 든 수많은 군중과 꾸린 합주 플래시몹도 이 공감대를 파고들며 곡 자체가 새롭거나 특징이 없어도 이러한 요소들이 4분이 넘는 러닝타임도 선선하게 채운다. 십센치 톤으로, 최근 자취를 감춘 첫사랑에 대해 영리하게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