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계에도 아이돌은 있다! 어느 업계나 될 성싶은 나무는 입소문이 순식간이다. 지금 한창 화제의 중심 속에 있는 떡잎은 10센치다. 활동한지 1년 남짓이지만 첫 번째 EP는 이미 매진되었고 공연장에서도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인기에 비해 평단의 혹평도 여러 차례 목격된다. 이것도 아이돌의 숙명인 것인가?
그들을 EP로만 접하면 머쓱한 감정이 앞선다. 목에 힘 좀 주는 동아리 선배를 연상케 하는 통기타 연주와 멜로디는 그들이 비주얼 밴드가 아닐까 의심을 갖게 한다. 이들이 걸어온 길을 슬쩍 훑어보니 음악의 방향성은 대강 짐작 할 수 있다. 사흘이 멀다 하고 강행한 버스킹(길거리 공연)은 그들을 사이키델릭이나 펑크가 아닌 어쿠스틱 팝으로 인도했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인 것이다.
차가운 여관방 이불 속에 부끄러운 사랑의 자욱 <새벽4시>
팔베개, 입맞춤, 따뜻한 한 이불, 나긋한 숨소리 < Good Night >
아르페지오 연주에 풀어내는 솔직한 입담은 귀에 찰지게 달라붙는다. 게다가 은근하게 섹스어필을 담은 내용은 본능의 옆구리를 간질인다. 제이슨 므라즈가 빙의한 듯 한 끈적끈적하고 매끄러운 그루브 또한 이런 가사와 맞물려 여심을 녹인다.
사실 10센치의 이번 음반에는 히트곡 다수가 빠져있다. 수컷의 발칙한 세레나데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사랑스러운 후크송인 '아메리카노', '킹스타' 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두 멤버는 “오래 들었을 때 가슴에 남는 곡들을 첫 앨범에 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10센치앓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직접 길로 나서야 할 듯하다.
- 수록곡 -
1. 눈이 오네 (작곡·작사: 권정열, 윤철종)
2. 새벽 4시 (작곡·작사: 권정열, 윤철종)
3. Healing (작곡·작사: 권정열, 윤철종) [추천]
4. Good Night (작곡·작사: 권정열, 윤철종)
5. 죽겠네 (작곡·작사: 권정열, 윤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