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10cm만큼 ‘성공’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 있을까. 홍대 버스킹으로 시작해 이제는 내놨다 하면 거뜬하게 1위를 찍는 음원 강자로 성장했다. < 10cm The First EP >를 냈던 2010년부터 9년여 동안 이만큼 변함없고, 믿고 들을 수 있는 신뢰를 쌓아온 가수도 드물다. ‘아메리카노’부터 ‘폰서트’까지 히트곡이 차고 넘치고, 벚꽃 피면 생각나는 ‘봄이 좋냐??’ 같은 시즌송도 있다. 소녀시대 윤아, 소유, 용준형 등 아이돌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인지도도 확실히 만들었고, 자신의 앨범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착실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는 줄곧 반전 있는 스토리와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밀당이 능수능란한 매력적인 보컬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시정지’나 ‘매트리스’에서 처연하지만 성숙한 보컬과 내밀한 가사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싱글도 넘버링이 4로 시작하는 (매트리스는 4.0, 이번에는 4.3이 앨범의 타이틀이다)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 노래만 보자면 그동안의 기발함이나 멜로디의 캣치함은 상당히 옅다. 사운드의 밀도는 높아졌지만, 가사도 애매하고 인상적인 비유도 없다. 의례적인 절창도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동안의 소회와 회고를 쭉 늘여놓은 것은 이번 노래의 빈약함이 그의 디스코그래피나 다음 걸음까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