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로 돌아온 십센치다. 아는 사람만 알던 홍대 인디 밴드에서 지금은 어느 곡을 내놓아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윤철종의 돌연 탈퇴는 권정열에게 적잖은 타격이 되었을 텐데도, 그는 < 4.0 >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꾸렸다. 이는 3년 동안 정규 앨범을 기다렸을 팬들과 앞으로의 음악 행보를 걱정한 이들에게도 분명 고마운 일이다.
앨범이 쌓인 만큼 이제는 위로, 청춘과 사랑, 발칙함 등의 카테고리로 곡들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진솔하고 차분한 노래는 ‘별자리’와 ‘일시정지’에서, 연애 감성을 담아 풀어낸 재치는 ‘폰서트’와 ‘Pet’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특유의 야릇함과 그것을 토대로 한 묘사는 줄어있다. 이전 십센치 고유의 문법에 거리를 두었지만 그러한 메시지에 친숙하지 않았던 이들 역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전작들에서 해결책을 찾아온 탓에 방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시도나 기발한 소재, 십센치가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다는 놀라움 또한 부족하다.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날카로운 맛이 살아있던 ‘이제 여기서 그만’과 ‘한강의 작별’ 등이 수록된 2집보다도 모호한 모양새다. ‘스토커’가 남긴 진한 여운은 ‘Everything’과 ‘Help’에서도 느껴지나 정규 4집만의 특별함은 적다. 3집에 대한 부담감을 4집까지 가져온 것일까. 이제는 여유로움마저 미약하게 느껴진다.
초점은 대중을 향해있지만, 그것을 지향하다 보니 작품성과 정체성을 놓쳤다. 누군가에게는 담담한 위로이자 발칙한 신선함이었으며, 청춘의 사랑 앞에서는 언제든 부르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와 준 십센치였다. 꽉 찬 정규를 내준 권정열은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오래 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패턴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데뷔작 < 10cm The First EP > 발표 이후 7년이 지난 지금은 신선한 공기를 마실 때다.
-수록곡-
1. Everything [추천]
2. pet
3. 폰서트
4. 별자리
5. Help
6. Hotel room
7. Island
8. 일시정지 [추천]
9. 폰서트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