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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EP
십센치(10cm)
2013

by 여인협

2013.02.01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으로 인해 주춤한 기색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이들은 어쿠스틱 음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이끌어내는 몇 안 되는 팀들 중 하나다. 2011년 대한민국의 절대다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죽겠네' 등의 곡을 틀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인디 출신으로는 드물게 만들어낸 전국적인 현상은 이들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농밀한 가사와 야하게 간드러지는 권정열의 보컬은 이들 음악의 트레이드마크다. 2집 발표 후 4개월 만에 발표한 < 2nd EP >에도 10cm의 섹슈얼한 매력은 여과 없이 담겨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오예'다. 텍스트 측면에서 봤을 때, 네가 나를 '녹이고, 물고, 누르고', 게다가 '내 위에 눕는'다는 가사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아슬아슬하고, 또 그래서 더 아찔하다.

음악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매력은 배가된다. 10cm는 이번 앨범을 통해 '어쿠스틱 듀오'에서 '어쿠스틱 로큰롤 듀오'로의 변화를 도모했다. '오예' 안에 깃든, 1950년대의 유산에서 힌트를 얻은 직선적인 키보드와 척 베리(Chuck Berry)를 연상시키는 익살스런 블루스 기반의 기타 솔로, 한층 풍성해진 리듬라인이 이를 증명한다.

청춘 위로 행렬에 편승한 '근데 나 졸려', 1집의 '그게 아니고'를 잇는 최루성 발라드 'Nothing without you', '죽겠네'와 비슷한 문법을 택한 '모닝콜' 등은 과거 커리어의 연장선에 있는 곡들이다.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잘 해오던 것들을 계속 한' 곡에 가깝다. 멜로디가 쉽고 단순해 한 번 들어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는 점은 이들 노래의 특장점이다.

새로운 접근과 밴드의 고유색이 동시에 보여 매력적인 앨범이다. 그리고 그 시도가 무리하지 않고 자기 것을 지킨 '적정 수준'이라는 점도 다행스럽다. '단순히 재치를 겸비한 가벼운 밴드'라 평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분명 지금의 10cm는 '중심 있는' 밴드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그룹으로 보인다. 10cm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수록곡-
1. 오예 [추천]
2. 근데 나 졸려 [추천] 
3. Nothing without you
4. Don't let me go
5. 모닝콜
여인협(lunariani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