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어필(Sex appeal)의 효과는 격정적이고 즉각적이다. 본능의 위력은 '감성의 파고'인 음악에서 더욱 극렬하게 드러난다. 아슬아슬하게 유머를 걸친 에로티시즘과 능청스러운 언어유희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마음을 끈다. 쉽게 비유하자면 잘생겼거나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것이다.
10센치는 8cm의 가사와 2cm의 보컬로 완성된다. 매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랫말은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살짝 가려 더 야릇하다. “허리띠 춤을 조여 오는 그대의 스타킹”, “동생을 만든다”, “요상한 아픈 소릴 내며” 등으로 비유와 의인화를 통해 돌려 말한다. '킹스타(Kingstar)'부터 '뷰티풀(Beautiful)', '헤이 빌리(Hey Billy)' 까지 이어지는 과감한 성인용 가사는 묘한 쾌감과 본능을 간지럽힌다.
유쾌함과 재치가 팔딱거리는 가사는 멜로디의 허약함을 채운다. 보컬의 정확한 발음과 표현력도 가사 집중에 일조한다.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와 '그게 아니고'는 허세속의 반전의 미학이 살아있다. 커뮤니티 게시글이 연상되는 사실감 넘치는 스토리는 동질감을 부채질하며 음악의 호기심을 높인다. 거기에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보컬 테크닉도 탁월하다. 간드러지는 호흡과 밀고 당기기의 능숙함은 곡 전개의 단조로움마저 커버한다.
부실했던 전작을 의식하듯 사운드도 상당히 보강되었다. 젬베와 기타의 평행선 사이로 일렉기타와 드럼, 하모니카, 멜로디언을 밀도 있게 채워 넣었다. '곱슬머리'는 밴드의 구성을 맞춘 소프트록을 시도했고,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는 하모니카와 멜로디언으로 로맨틱한 복고적 감성을 복원했다. 나아가 '리버스(Rebirth)'는 공명으로 공간감을 만들어 단편적인 구성을 벗었다.
'높은 순위권 랭킹', '단독공연 매진' 등 재기발랄한 두 청년에게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이 무척 반갑다. 장기하의 경우처럼 개성 강한 텍스트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가진다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이들이 분명 자신의 개성을 제대로 발현하고 부족한 부분은 메워나가고 있지만 아직 1.0버전으로는 부족하다.
-수록곡-
1. Kingstar
2.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추천]
3. 그게 아니고 [추천]
4. Talk
5.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6. Beautiful
7. 죽겠네
8. 살
9. 곱슬머리
10. Rebirth [추천]
11. Hey Billy
12. Beautiful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