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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on
르세라핌(LE SSERAFIM)
2026

by 한성현

2026.05.07

복고 사랑이 유구한 JYP나 힙합을 근본에 둔 YG 정도가 아니더라도 기획사마다 시기별로 애용하는 장르가 있다. 10년 딥/트로피컬 하우스 유행에 뛰어들었던 SM이 그랬다. 소속 레이블 단체로 저지 클럽 대란을 일으켰던 2023년에 이어 하이브의 2026년 상반기 전략은 테크노다. 나란히 복귀한 세 팀의 걸그룹이 모두 EDM 리듬을 차용했으니 회사 주도하에 특정 장르를 아이덴티티로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단발성 숏폼 공략이 꾸준한 캣츠아이의 ‘Pinky up’, 변신이 심히 과격한 아일릿의 ‘It’s me’에 비해 르세라핌은 그래도 설득력이 있는 편이다. 보깅 안무를 사용한 ‘Crazy’ 이후 ‘Spaghetti’에서 아예 드랙 퀸을 섭외한 이들은 ‘Celebration’을 통해 성소수자 친화형 미국 팝스타에 더 가까이 다가선다. 더군다나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논하는 연대와 프라이드 정신은 한동안 험난한 시기를 보낸 이들의 이야기와 퍽 어울리지 않나. 피상적 이미지 채택이라는 의심을 살 수는 있어도 퀴어 문화의 손을 잡을 명분 자체는 두둑하다.


확고한 캐릭터 형성에 음악은 그러나 부차적 재료로 쓰였다. 흥분감을 위해 높게 잡은 음역에 멤버들의 보컬은 대부분 위태롭고 무엇보다 해방감을 선사해야 할 후렴 뒤 드롭 파트는 사실상 제대로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기승전결에서 결을 생략하고 ‘기승전’까지만 반복하는 구성은 노래가 파편으로만 소비되는 풍조에 애처로울 정도로 순응하고 있음을 직접 시인하는 꼴이다. 개연성 있는 소재 선정도 결국 음악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지금 이들에게는 관습적인 리믹스보다 차라리 익스텐디드 버전이, 근본적으로는 숏폼 15초 안무보다 온전한 곡 하나가 시급하다.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