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김예림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그리 느꼈을 것이다. 대놓고 과거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한들 림킴으로의 변신은 자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싶은 음악가의 몸부림으로 보였다. 그 정도로 충격을 안긴 'Sal-ki'와 < Generasian >도 어느덧 7년 전이다. 다시 보니 림킴은 항상 '분리'와 같은 말을 경계했고, < Exit To Nowhere >로 그는 이전의 주장을 한 번 더 강조한다. 결국 지금의 자신은 지나온 모든 순간의 연속이라고.
'궁'까지의 디스코그래피가 현대 오리엔탈리즘을 해체하는 전사의 외적 운동을 담았다면 신보는 방향을 돌려 철저히 안을 누빈다. 그것은 '인사하세요'처럼 카메라와 마이크가 즐비한 미디어 세상에 내던져진 자의 피로감일 수도 있고, 'Now here'가 그리듯 번아웃 끝에 도달한 자유이기도 하다. 묘사의 방식은 중립적이다. 공교롭게도 < Simple Mind >를 낸 시점의 나이와 동일한 '21'이 작사가의 언어에 동의하여 마이크를 잡은 곡이듯, 림킴의 목소리는 구간별로 심어둔 소재와 감정을 열린 결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한 번의 파격이었던 하우스 트랙 '인사하세요'의 블랙 코미디도 재밌지만 백미는 역시 타이틀곡 'Never gonna be alone'이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식의 2인칭 서술을 택한 가사가 포착하는 '너'는 곧 '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넌 절대 혼자 있을 일 없을 거야'라는 합창은, 추운 밖보다 따뜻한 실내가 더 숨막혔던 영화 < 스펜서 > 속 다이애나 왕세자비마냥 축복이 아닌 저주로 변모한다. 단순한 문장에 부드러운 신스팝 사운드마저 모인 노래는 그 자체가 거대한 아이러니의 판을 벌이는 광경이다.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가 휘감은 'Limbo'의 트랜스 상태와 'Now here'의 소각을 지나 도달한 피날레가 윤상과의 듀엣 트랙 'Through the glow'인 것도 묘하다. 고독을 갈망하던 이가 마침내 모든 것을 비워낸 끝에 타인의 존재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순환 서사인 셈이다. 형식 면에서는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투개월 시기와도 겹치는 동시에 거쳐온 세월의 덕택일까, 개성이 앞서던 그의 보컬은 이제 대선배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 자태를 갖췄다.
활활 타오르던 공격성이 가라앉은 자리에는 심지를 굳건히 지키던 음악인의 아우라가 서 있다. 겉으로 보이는 열기는 옅을지 몰라도, 재차 감행한 장르적 변신과 더불어 이번에는 더 먼 과거도 스스럼없이 포용하며 림킴은 곧잘 남발하는 '성숙'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것으로 당당히 끌고 온다.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인정, 그 끝에 마주한 탈출 아닌 더 큰 세계로의 진입. 그가 찾아낸, 그리고 찾아낼 출구는 더 이상 도피가 아닌 환영 인사다.
-수록곡-
1. Exit
2. 인사하세요 (Feat. Bree Runway) [추천]
3. Never gonna be alone [추천]
4. 21
5. Limbo
6. Now here
7. Through the glow (Feat. 윤상)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