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에서는 브랫 같은 걸 평생 하길 원해, 근데 그거 알아? 어쩌면 그들이 맞을지도 몰라.’
(Labels like more brat brat forever, and you know what? Maybe they’re right.)
< Brat >의 후일담을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 < The moment >에서 찰리 XCX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은 단순히 가상의 이야기를 위한 대사 같지 않다. 애틀랜틱 레코드에서 빠른 발매 주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해 < Number 1 Angel >과 < Pop 2 >를 정규가 아닌 믹스테이프로 발매할 때도, 3집으로 발매될 예정이었던 앨범이 유출된 후 프로젝트를 전면 폐기했을 때도, < Crash >에서 레이블의 요구사항을 수행하는 팝스타를 자처했을 때도 그는 지속적으로 소속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개선된 조건으로 연장 계약을 맺었지만 < Brat >의 대성공 이후 뒤따르는 상업적 활동에 지친 상태가 반영된 < Music, Fashion, Film >은 찰리가 영원히 버릇없는 아이로 남길 바라는 세상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항한다. 변화는 꾸준히 예고되었다. 브랫 시대는 끝이라 선언하고 상징적인 커버 아트를 훼손하는 연출을 통해 자신을 집어삼킨 존재를 부정하려 했다. 일관된 경향성은 먼저 공개되었던 싱글에서도 나타났다. ‘SS26’에서 담뱃불을 꺼버리고 ‘Rock music’에서 댄스 플로어가 죽었다고 생각해 록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단순히 말만 내뱉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밴드 사운드가 모든 노래에 등장한다.
포장을 다르게 했을 뿐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행한 에이 지 쿡과 핀 킨이 그대로 참여했고 왜곡을 즐기는 사운드 역시 여전하다. 줄 튕기는 소리를 글리치의 한 요소로 편입한 ‘Camera’나 노이즈 낀 기타와 비틀어진 전자음을 사용하는 ‘Yeah’는 기존의 방향성과 전혀 다르지 않다. 채울 수 없는 장르적 깊이와 적당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전작보다 더 과거로 돌아간 듯 팝적인 성향이 증가했다. ‘2007’이나 ‘Wink wink’ 모두 애너지는 줄어들었어도 듣기 좋은 성질을 띠고 있다. 새로운 장르를, 그것도 대중음악의 여러 시대를 지배한 록을 깊이 있게 연구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적게 주어진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6주의 짧은 제작 기간을 거쳐 최고작으로 거듭난 < How I’m Feeling Now >나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을 < Wuthering Heights >와 다르게 크게 실망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Card declined’와 ‘I'm afraid’가 특히 그렇다. 두 곡 모두 목소리 낼 의지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멜로디를 포기했다. 변형이 가해진 기타 사운드로 덮으려 해도 활용에 익숙지 않아 극복하지 못한다. 소비주의를 비판하거나 자신의 두려움을 설명하려는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굳이 성의 없는 듯 연주하고 노래해야 했을까.
‘뭘 원하는데?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What you want? I ain't got it.)
< Crash > 이후 재회해 함께 할 기간이 앨범 2장 분량이었으니 본작으로 찰리 XCX는 애틀랜틱 레코드와의 불편한 동거를 다시 마무리 지었다. 그 때문인지 최근 들어 사례가 늘고 있는 계약 종료를 위한 발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제나 원하기만 하는 모두에게 말하고자 담아두었던 ‘New shapes’에서의 문장은 < Brat >의 차기작이라는 부담감, 만연하는 추종자들에 대한 반발감까지 연료로 태우며 < Music, Fashion, Film >이 되었다. 그곳에서 영원할 것 같던 파티가 끝나고 재가 된 그에게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한다.
-수록곡-
1. Rock music [추천]
2. SS26
3. Card declined
4. Camera
5. 2007 [추천]
6. I'm afraid
7. Yeah [추천]
8. Wink wink [추천]
9. Persona
10. Magic metal montana
11. No one lasts forever (Feat. David Cronenbe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