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하고 싶은 말
김태우
2006

by 조이슬

2006.11.01

올해는 유난히도 '발라드'의 흐름이 굵다. 정점을 이뤘던 '섹슈얼리티'의 대안 탓인지 이 중 대부분이 아이돌 그룹, 혹은 댄스 가수 출신이다. "지금까지는 원치 않는 음악을 했으며, 그동안의 이미지는 자신을 옭죄던 올가미일 뿐이었다. 이제 제대로 된 음악을 할테니 들어봐 달라."며 비장한 각오를 한 그들에게 '발라드'는 언제부터인가 '고루하고도 필사적인 생존법'이 되었다. 각자에게 '배당'된 색색의 풍선을 들고 열광하던 팬들을 한순간 허탈하게 만드는 일종의 이런 '배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어느 어느 댄스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정말 그렇게도 떼어내고 싶은 '멍에'였을까.

허나, 이런 상처를 견뎌내는 힘이 늘 '무리한 탈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지오디(god)의 김태우 역시 발라드로 구명대를 삼았지만 근저에 흐르는 것은 영락없는 지오디 시절의 감성이다. 그 때의 영광을 굳이 없던 것으로 만들기 이전에,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었던 경험을 자양분 삼아, 그 시절의 영광을 기반삼아 솔직하게 노래하려 한다. 지오디 시절, 첫 방송이 나간 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소속사에서 안경을 씌워버리더라는 가혹할 만큼의 자학적인 발언도 유머로 치부할 수 있을 만큼, '노래'하나는 매력적으로 부르던 그 아니었던가.

'이미지'의 기대는 아이돌 출신이라며 날선 시각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데뷔 초부터 호소력 짙은 '진성'은 여느 가수 부럽지 않았지만 '가성'에 있어서는 '박진영'의 속을 꽤나 썩이기도 했다던 그 얘기는 이제 까마득한 추억이 되었다. 지오디 3집 '거짓말'은 자신에게 없는 그 한 가지를 채우기 위해 몇 년을 부단히 연습하고 채찍질하던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런 그를 두고 작곡가 '김형석'은 이렇게 말한다. "노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오늘도 열심히 재주넘는 곰, 태우".

솔로 데뷔작 역시 그에게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한다. < 김형석 With Friends >앨범에서 인연이 닿았는지 작곡가 이현승은 이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솔로 커리어로서의 온전한 '독립'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들, 즉 음악감독의 '에고'에 의해 정작 가수는 희생되어 버리는 부작용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블루스 풍의 '보낼 수 없는 편지'나 보사노바 리듬의 'Piano' 등으로 간간히 정중동의 실험을 가하지만 그가 지금껏 해온 '발라드 보컬'이라는 큰 축에서 벗어나지는 않도록 유지한다.

혹독한 이미지의 변신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보다 익숙한 대중적 노선을 견지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수록된 곡들이 친근하게 귀에 감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정희의 'Music is my life'의 코드워크를 똑같이 진행시켜 의도적으로 이 곡의 주요 멜로디로 살포시 넘어가게끔 한(실제로 임정희가 피처링을 했다) 'M.U.S.I.C'이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It ain't over 'til it's over'의 단선율의 스트링을 따르는 듯한 '노래야 말해줘'는 그 중에서도 곡의 질감이 뛰어나다.

아무리 탄탄한 밀도와 완성도로 일궈진 알찬 성과라 하더라도 분명 이 데뷔작은 '보컬'에 초점을 맞춘 앨범이다. 타이틀 곡 '하고 싶은 말'에서 보여주는 소리와 감정의 적절한 밸런스 유지가 아니었더라면 흔하디흔한 발라드 앨범이 될 수도 있었을 터. 그 위에서 충분한 고저의 파도를 그려냈다면 그것은 분명 김태우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아쉬운 게 있다면 자신의 구획을 너무 일찌감치 그어버린 것에 있을 것이다. 자신을 잘 상정할 수 있는 평이하고 안정적인 구성으로 알차지만 동시에 팬들이 예상할 수 있었던 딱 그만큼의 경계이기도 하다. 총기와 패기로 뭉친 비장한 무언가의 히든카드가 끝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그의 행보에 관건을 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모험을 건 도박의 부재가 이내 걸리고 말지만, 대중적 가슴 저변의 감성을 건드리는 접근법이나 표현력의 완성도가 높은 데뷔작이다. 늘 그렇듯, 목소리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절절히 묻어난다. 적정한 수준의 '타성'에 머문다는 것, 혹은 안전한 마케팅이 때론 '대중 가수'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음을 웅변하는 경쾌한 첫 걸음이다.

-수록곡-
1. 노래야 말해줘 (작사: 김태우 / 작곡: D.K,Sean Kim)
2. 보낼 수 없는 편지 (김태우, 박기완 / 박기완)
3. Piano (김태우 / 이현승)
4. 하고싶은 말 (김태우 / 이현승)
5. M.U.S.I.C (김태우 / 이현승)
6. I Love U Oh Thank U (이상백, MC mong / 김건우)
7. 그대안의 블루 (이현승 / 김현철)
8. 인스턴트 (싸이 / 김준혁, 싸이, 김태우)
9. 친구란 이름으로 (박선주, 김보민)
10. 봄 여름 가을 겨울 (수호, 이강희 / 이강희)

Produced by 이현승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