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디(god)의 외피를 벗어나 김태우 개인으로서의 색깔을 인정받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2006년 10월, 힘차게 솔로활동의 폐달을 밟은 김태우지만 2007년 3월 군입대와 함께 잠시 대중과의 소통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중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솔로 김태우가 아닌 지오디의 메인 보컬로서의 김태우의 모습일 공산이 크다.
지난 솔로 데뷔앨범은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알앤비 발라드로 기본 골격을 세워 파격적인 변신을 이뤄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근 3년에 가까운 공백기는 솔로 김태우를 지속적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는 벅찬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김태우의 행보가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니앨범이긴 하지만 김태우는 이번 작업에서 음악적 변신의 각오를 분명히 드러낸다. 템포는 빨라졌고 최신 트렌드를 많이 반영했다. 옛날 아이돌 멤버로서의 영광을 재현하기 보다는 세련된 사운드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될 것 같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끈적끈적한 알앤비 넘버 '하고 싶은 말 part.2'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전작보다 한 템포 빨라졌다. 그중에서도 'Faster'와 '점점점'의 속도감 있는 진행은 눈에 띈다. 도입부가 마이티 마우스를 연상시키는 'Faster'는 댄스 비트와 어우러진 오토튠을 앞세워 트렌드의 수용에 열심인 모습 또한 보여준다. 김태우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점점점'은 리드미컬한 보컬을 선보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 받는다.
속도감의 중시, 트렌드의 민첩한 수용은 김태우의 구수한 음색 그리고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 가창을 변화시켰다. 김태우는 세련되고 빨라진 사운드에 발맞춰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킨다. 세게 몰아붙이기 보다는 가늘고 매끈하게 고음으로 치닫고 있으며 유연한 바운스가 느껴진다. 시원한 고음과 희망적인 분위기가 대번에 귀에 들어오는 타이틀곡 '사랑비', 린(Lyn)과의 귀여운 듀엣 플레이가 돋보이는 어반 알앤비 트랙 '내가 야! 하면 넌 예!'가 좋은 예다.
유행에 뒤처지지도 않고, 곡에 맞게 완벽한 보컬의 변신을 보여주는 점 모두 좋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태우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음악이라고 확신할만한 면모는 부족해 보인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러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죽인 결과다.
그렇기에 중용의 미덕을 발휘한 '기억과 추억'이 가장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오디의 울타리 안에 있는 곡이지만(지오디의 '관찰'을 일부 삽입하기도 했다) 김태우 보컬의 매력을 오롯이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한다. 지오디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언젠가 해야할 일이고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태우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닐까.
-수록곡-
1. 하고 싶은 말 part.2
2. Faster (feat. 유비)
3. 사랑비
4. 내가 야! 하면 넌 예! [추천]
5. 점점점
6. 기억과 추억 (feat. 준형, 호영, 데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