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에 쓰인 영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절대적으로 여름이다. 6곡으로 채워진 미니 앨범 < Absolutely Summer >는 여름을 겨냥한 스페셜 앨범이다. 여름을 강조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계절적 특성을 감안한 음악을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노 브레인의 변절(?)을 계속해서 질타하는 것에 대한 방패막이로 읽힐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앨범을 들음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는 의문이다.
우선 타이틀곡 '아름다운 여인'은 전형적인 해변 무드 송이다. 느긋한 리듬파트와 이성우의 시원한 목소리를 앞세워 여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전형성에 매몰된 점을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괜찮은 멜로디 감각이나 무드를 제대로 짚어내는 능력만큼은 깎아내릴 수 없다. 그래도 < 청춘 98 >이나 < 청년폭도맹진가 >의 저돌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이들의 얼굴에 어린 실망의 기운까지 걷어내기는 힘들다.
차승우의 탈퇴와 노 브레인의 전국구 스타로 도약이 펑크 밴드만의 저항과 순수성을 거세해버렸다고 믿는 적지 않은 이들은 아직도 노 브레인에게 변절의 혐의를 거두지 않고 있다. 영화, 광고 등 매스컴에 노 브레인이 자주 등장하면서 의혹의 시선은 더욱 증폭되었을 뿐이다. 대외적인 활동이 계속해서 음악작업에의 성실성이나 창작력의 날을 무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메탈적인 터치를 가미하며 볼륨만 높였을 뿐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던 '넌 내게 반했어'나 '미친 듯 놀자'와 같은 곡만 보자면 충분히 비판받을만 하다. 그렇지만 이후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순수한 에너지를 회복한 5집과 이번 미니앨범에까지 그런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왁자지껄하게 록의 난장판을 벌이는 첫 곡 '비오는 밤에 홍대'는 그 동안의 억울한 비판에 대한 노 브레인 스타일의 응답으로 들린다. 분노가 아닌 홍대 인디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내는 것으로써 자신들의 본심을 알아주길 바라는 이들의 모습에 어울리는 낱말은 성숙이다. 성숙으로 빚어낸 노 브레인의 락큰롤은 이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처절하게 분노하는 젊은이의 혈기도 펑크의 주요한 원동력이지만 이런 식의 성숙 또한 필요하다. 왜냐하면 날선 외침의 반복은 쉽게 질려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펑크밴드도 오래 가기 위해서는 성숙과 긍정의 가치를 내재화해야만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화낼 일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가끔은 웃을 일도 생기고 고마운 맘이 들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분노만이 펑크의 에너지라고 생각하며 성난 얼굴만을 들이미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여유로운 마음가짐과 약자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배려의 시선을 담은 이번 작품은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들린다. 삶은 축제라며 긍정적으로 난관을 극복하길 바라는 '춤추는 부시맨', 현실을 거부하고 진실을 만들어가자는 몽상가적 이상을 더 이상 따뜻할 수 없는 포크송 안에 담아낸 '건배'는 가슴 한 켠을 촉촉하게 적신다.
< Absolutely Summer >는 절대적으로 여름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후텁지근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그런 여름은 아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긍정의 가치를 잃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땀과 한층 성숙한 시선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노 브레인의 음악적 열기가 담긴 여름일뿐이다. 여섯 곡으로는 부족하다. 이 음악적 열기가 지속되어 더욱 풍성한 노 브레인 표 여름을 맞이하게 되길 바란다.
-수록곡-
1. 비오는 밤에 홍대 [추천]
2. 아름다운 여인
3. 팡! 팡! 팡!
4. 춤추는 부시맨 [추천]
5. 건배 [추천]
6. 나의 락큰롤 (Serious Summer Ver.)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