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이 발매되자 관심은 '비틀즈(The Beatles)가 보유한 싱글차트 1위곡 최다 보유 기록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깰 수 있을까'에 집중되었다. 무리한 기대는 아니다. 기록 경신에 불과 세곡을 남겨두고, 꾸준히 활동 중인 머라이어는 언제든 그 기록을 깰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녀는 기록 경신에 큰 미련을 두지 않는 듯 보인다.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말이다.
전년도에 발매된 앨범 < E=MC² >가 2005년 최고의 성과를 올렸던 < The Emancipation Of Mimi >에서 선보인 히트 공식의 답습이라는 평을 얻은 터라, 이번 앨범의 방향에 대해 그녀 자신도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또 다른 변화를 감행할 것이냐, 아니면 안정적인 스타일의 유지를 통해 히트 싱글 수를 늘려 나가느냐의 기로에서 그녀는 전자를 택했다.
내한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 근 20년간의 음악활동을 통해 다분히 대중적이고 상업적 성공을 좇은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을 그녀도 안다. 그 점을 염두에 둔 듯 이번 앨범은 무척 개인적이다. 또한, 곡 하나하나의 임팩트를 강조하기보다 전체적인 통일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녀가 겪었을 혹은 상상했을 사랑에 대한 회고록으로 채워진 < Memoirs Of An Imperfect Angel >은 안정적인 음악에서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던 < Butterfly >, 그녀 음악에 젊고 대중적인 코드를 배합한 < The Emancipation Of Mimi >에 이은 그녀의 3번째 전환점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녀는 앨범에 사랑의 다양한 면을 담았다. 사랑으로 야기된 배신과 복수, 집착, 불완전한 감정의 기복, 풋풋한 첫 사랑의 기억, 새로운 시작과 이별의 찰나, 운명적인 순간을 지나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기까지 앨범은 한편의 잘 써진 소설을 읽는 듯 짜임새가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앨범의 구조는 근래 알앤비 신에선 보기 드문 단일 프로듀서 라인의 공이 컸다. < E=MC² >에서 작업한 바 있는 트리키 스튜어트(Tricky Stewart), 더 드림(The-Dream)과 더불어 머라이어 캐리 등 3명이 전곡의 프로듀서로 나서 앨범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안배했다.
한 스타일에 정체되지 않고, 감성적인 발라드와 슬로우 잼 스타일, 클럽 사운드로 이뤄진 앨범의 수록곡들은 흡사 90년대로의 회귀를 보는 듯하며, 창법적인 면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자기과시형 고음에서 벗어나 한층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녀 특유의 저음은 이번 앨범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미드 템포 클럽 사운드와 오토튠 이펙트를 알싸하게 버무려낸 첫 싱글 'Obsessed'만 놓고 보면 변화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예상대로 현 트렌드를 지향하는 곡의 분위기를 타고 싱글은 최고 순위 7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 Memoirs Of An Imperfect Angel >의 전체를 살펴보면 'Obsessed'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키보드와 둔탁한 비트를 중심으로 어둡게 전개되는 전주곡 'Betcha gon' know (The prologue)'부터 전작의 들뜬 분위기와 차이가 있다. 반복적인 키보드 선율을 중심으로 가느다란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오락가락한 여인의 심리상태를 충실히 표현해낸 'H.A.T.E.U.' (전형적인 감정의 기복을 겪는다는 뜻인 'Having A Typical Emotional Upset'의 앞 글자에서 제목을 따왔다)와 아매드(Ahmad)의 히트곡 'Back in the day'를 샘플링해 철없던 사춘기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Candy bling'도 마찬가지. 즉각적으로 감정을 표출해내기보다 곡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개가 일품인 곡들이다.
연인을 향한 집착이나 냉소적인 시선이 엿보이는 'Inseparable'과 'Standing o,' 심플한 악기구성과 애절한 보컬을 바탕으로 애증의 감정을 표출하는 소울 발라드 'It's a wrap' 등 중반부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보컬은 다소 복잡한 곡들의 감정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
운명적인 사랑을 위한 러브 송 'The impossible', 숱한 이별과 만남을 되풀이 한 후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Angels cry'를 지나 앨범의 마무리를 위한 곡으로 적격인 두 번째 싱글 'I want to know what love is'까지 앨범의 후반부에선 방황했던 자신을 추스르며, 비로소 결말에 다다른다.
두 번째 싱글로 현 트렌드와 거리가 있는 곡을 택한 것은 1위를 노린 전략이 아닌, 앨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설명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아프고 상처받지만, 자신만의 사랑을 찾길 바라는 불완전한 천사의 이야기들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만, 회고록에 걸맞지 않게 가벼운 가사로 가득한 'Up out my face,' 과하다 싶은 인용이나 비유가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The impossible,' 'More than just friends'를 비롯해 몇몇 곡들은 다소 부담스럽다. 앨범 중반부의 가사에선 과하다 싶은 표현법이 난무해 앨범의 감상을 막는다. 흑인들의 표현법이나 슬랭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잦은 비유를 통한 표현의 생경함은 재치 있게 느껴지기보다는 복잡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덧 12번째 정규앨범에서 상업적 성과나 트렌드를 좇지 않고 자신이 하고픈 음악의 길을 찾았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녀 자신이 변화를 이끌고, 주제의 일관성에서 올 수 있는 단순함을 다양한 분위기를 통해 극복해낸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음악적 스타일이나 가사의 내용면에서 지난 10년간 그녀가 발표한 작품 중 가장 용감하고 대담한 앨범이다.
-수록곡-
1. Betcha gon' know (The prologue) (작사, 작곡: M. Carey, T. Nash, C. Stewart, J. Wright) [추천]
2. Obsessed (M. Carey, T. Nash, C. Stewart)
3. H.A.T.E.U. (M. Carey, T. Nash, C. Stewart) [추천]
4. Candy bling (M. Carey, T. Nash, C. Mckinney, A. Lewis, S. Gordy, J. Klemmer) [추천]
5. Ribbon (M. Carey, T. Nash, C. Stewart)
6. Inseparable (M. Carey, T. Nash, C. Stewart, R. Hyman, C. Lauper)
7. Standing o (M. Carey, T. Nash, C. Stewart)
8. It's a wrap (M. Carey, B. White) [추천]
9. Up out my face (M. Carey, T. Nash, C. Stewart)
10. Up out my face (The reprise) (M. Carey, T. Nash, C. Stewart)
11. More than just friends (M. Carey, T. Nash, C. Stewart, S. Combs, C. Wallace, R. Smith, M. Debarge, E. Jordan)
12. The impossible (M. Carey, T. Nash, C. Stewart, A. Brown, D. Degrate)
13. The impossible (The reprise) (M. Carey, T. Nash, C. Stewart)
14. Angel (The prelude) (M. Carey, C. Stewart, J. Wright)
15. Angels cry (M. Carey, C. Stewart, C. Johnson, J. Wright)
16. Languishing (The interlude) (M. Carey, J. Wright)
17. I want to know what love is (M. Jones) [추천]
18. Obsessed (Cahill radio mix) (M. Carey, T. Nash, C. Stewart)
19. Obsessed (Seamus haji & paul emanuel radio edit) (M. Carey, T. Nash, C. Stewart)
20. Obsessed (Jump smokers radio edit) (M. Carey, T. Nash, C. Stewart)
21. Obsessed (Friscia and lamboy radio mix) (M. Carey, T. Nash, C. Stewart)
전곡 프로듀서: Mariah Carey, Terius "The-Dream" Nash, Christopher "Tricky" Stewart
트랙 1 프로듀서: Mariah Carey, Terius "The-Dream" Nash, Christopher "Tricky" Stewart, James "Big Jim" Wright
트랙 4 프로듀서: Mariah Carey, Terius "The-Dream" Nash, Los Da Mystro
트랙 8 프로듀서: Mariah Carey, Heatmyzer, Christopher "Tricky" Stewart, James "Big Jim" Wright
트랙 14, 15 프로듀서: Mariah Carey, Christopher "Tricky" Stewart, James "Big Jim" Wright
트랙 16 프로듀서: Mariah Carey, James "Big Jim" Wright
트랙 17 프로듀서: Mariah Carey, Christopher "Tricky" Stewart, James "Big Jim" Wright, Randy Jac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