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음악을 할 순 있지만, 아무나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지는 못한다. 국카스텐은 데뷔부터 이미 그 어려운 과업을 달성하며 등장한 괴물 신인이었다.
2009년 발표된 이들의 1집 음반의 커버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펑카델릭(Funkadelic)의 < Maggot Brain >이 연상되지만, 겹치는 지점은 커버 이미지뿐이다. 시커먼 배경에 그려진 하현우(리듬기타 ,보컬)의 얼굴은, 가능한 최대한의 출력으로 소리를 내지르는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두발과 얼굴의 선에는 요란한 색채가 깃들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밴드의 이름 그대로 만화경의 색감, 딱 그것이다.
재킷 사진처럼 음악도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메탈의 폭발성, 메시지를 중시하는 포크의 특질, 사이키델릭한 느낌과 멜로디의 민요적 접근 등이 어우러졌다. 이쯤 되면 뭐라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하현우 특유의 강성 보컬과 작사 감각, 전규호의 기타가 큰 몫을 담당했다.
싱글 '거울'에서만 봐도 '벌거벗은 너의 시선', '단단했던 너의 향기' 등의 선뜻 이해가 어려운 가사가 들린다. 이런 공감각적인, 어찌 보면 프로그레시브적이기도 한 가사는 모든 트랙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앨범의 오묘한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킨다.
기타는 또 어떠한가. 한국판 탐 모렐로(Tom Morello)의 등장이다. 여러 이펙터를 활용해 곡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Rafflesia'에선 마치 민요와 같은 선율을 들려주고, '거울'과 'Limbo'에선 한국 특유의 '뽕끼'까지 도입하며 한국적 감성 기반의 소리로 밴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전개다.
그간 한국적인 요소를 도입한다 해서 국악과 일렉트로니카를 크로스오버하고, 가야금 등의 악기를 녹음에 사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폭발하는 록 음악에 우리 것의 느낌을 살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귀에 착 감기는 대중성까지 겸비했으니, 평단과 대중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국카스텐은 이 첫 작품으로 독창성과 비범함을 보여주었고, 조금씩 몸집을 키워나가며 또 하나의 걸출한 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록곡-
1. 거울 [추천]
2. Violet wand
3. 미로
4. Faust
5. Rafflesia [추천]
6. Vitriol [추천]
7. Gavial [추천]
8. Limbo
9. Mandrake [추천]
10. Sink hole
11. 꼬리
12. Toddle
(2009년의 초판은 트랙 순서가 다르며, 2010년의 리마스터 판에는 '꼬리'의 어쿠스틱 버전이 히든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