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Frame
국카스텐(Guckkasten)
2014

by 윤석민

2015.02.01

그들이 돌아왔다. 1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1집 이후 5년 만이다. 그 사이, 국카스텐은 프로그램 < 나는 가수다 >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대중에게 강렬히 어필했고 그 기세를 몰아 2013년에 2집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속사와의 소송 문제로 앨범 발매, 라이브 활동 등 일련의 활동은 중지되었다. 그 기간 동안 발표 예정이었던 곡들은 더욱 다듬어지고 신곡들 또한 추가되어 사실상 2집과 3집의 합본 분량만큼 인 총 15곡으로 이번 신보를 발표했다.


< 나는 가수다 >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렸기에 이번 앨범은 더욱 대중적인 사운드로 점철되진 않았을지 지레 짐작할 수 있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몽환적인 아이덴티티는 여전하며 지금껏 해왔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음악을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려하게 뽐내고 있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깬 것이 이번 신보의 수확이다.


전작에 비해 밴드 사운드에 치중하기보다는 실험적 시도로 나타난 다양한 효과음과 사운드에서의 프로듀싱적 발전이 눈에 띈다. 표면적으로 듣기에는 앨범 곳곳의 전자음이나 미디 사운드 같은 생경한 요소들은 놀랍게도 대부분이 기타리스트 전규호의 기타 사운드 메이킹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신작 < Frame >에서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중국식 만화경이라는 독일어의 국카스텐 (Guckkasten)이란 밴드 이름과 여전히 잘 부합한다. 앨범에서 펼쳐진 국카스텐 특유의 사운드 속에서 이뤄진 다양한 시도는 가히 매력적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인 ‘변신’을 들어보면 일렉트로닉적 시도와 더불어 물 흐르듯 캐치한 리프,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코러스 등의 요소들은 마치 ‘그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바로 이겁니다.’라는 메시지가 은유된 듯하다.


국카스텐이 자랑하는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 또한 빛을 발하고 있다. 드러머 이정길과 베이시스트 김기범의 리듬 파트는 여전히 탄탄하며 듣는 이의 어깨를 자연스레 흥겹게 한다. 이펙터를 직접 만들면서까지 다양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기타리스트 전규호의 기타 사운드는 단순히 실험적일 뿐만 아니라 곡의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됐다.


이미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도 인정을 받은 바 있는 밴드의 프론트맨 하현우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또,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빚어낸 화학적 유기 작용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으며 청자로 하여금 국카스텐의 음악에 쉽게 매료될 만큼 가공할 만 위력을 보여준다. 세컨드 펀치 < Frame >은 국카스텐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여전히 보존한 채, 진화를 여실히 보여준 수작이다.


-수록곡-

1. 변신 [추천]

2. 소문

3. 뱀

4. 깃털

5. Frame

6. 카눌라천

7. 오이디푸스

8. Montage [추천]

9. 푸에고

10. 미늘

11. 작은 인질

12. 감염

13. 저글링 [추천]

14. 스크래치 [추천]

15. Lost

윤석민(mikaelopeth@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