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이다. 정규 앨범 한 장, 활동기간 2년 안팎의 아직 따끈한 김이 식지도 않은 밴드가 어느새 대한민국 인디 신의 간판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한 순간 반짝했다가 이내 잊혀져버리는 뮤지션의 선례가 얼마나 많은가. 신보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그보다 걱정이 앞선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다행히 이들은 아주 영민했다.
2008년의 < Guckkasten >이 던진 긍정적 충격파가 상당했기에(그것이 믿음직했다고 할지라도) 차후 행보에는 소위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부르는 악령이 따라붙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규 2집이 아닌 탓에 확답은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 Tagtraume >은 무게감 없는 두 발짝의 전진보다는 그룹 본연의 색을 잃지 않고 묵직한 한 발을 내딛는 것으로 그 유령을 내쫒은 것 같다.
국카스텐의 음악은 친절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음악임에도 대중이 이들을 연호하는 이유는, '난해하지만 그로써 하나의 심상을 이끌어내는' 특별한 능력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 구현을 위해 언어를 골라야하니 단어 선택 하나 하나에도 고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록 사운드와 공감각 언어의 융합만으로 시각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이런 고민 때문이다. 첫 앨범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밑그림을 와해시킬만한 단어는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
앞의 두 신곡이 리듬파트가 전면에 나서며 기존 스타일을 약간 변형한 것이라면, 뒤의 다른 버전의 곡들은 완전히 새롭다. 단순히 곡 채워 넣기를 넘어선 성의 있는 보너스다. 표면상으로는 세 곡이지만 각개 다른 다섯 곡과도 같다. '붉은 밭'의 어쿠스틱 버전에서는 탭댄스 리듬과 라틴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기타 스트로크로, 'Tagtraume'에서는 한음파의 이정훈이 깜짝 출연해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으로 이국적인 공기를 조성한다. '거울'과 같은 킬링 트랙들이 아니라고 해도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용인할 수 있다.
국카스텐이 소리로 쌓아올린 세계는 여전히 격정적이고 기묘하다. 그것은 강렬한 색채로 오감을 덮치는 환각의 공간이다. 난해한 한 편의 미술작품과도 같다. 시디가 멈춘 지 한참이 지나도 '사이키델리아'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몽롱하게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즐거운 충격은 끝나지 않았다.
-수록곡-
1. 붉은 밭 [추천]
2. 매니큐어 [추천]
3. 붉은 밭(Acoustic) [추천]
4. 매니큐어(Electronic)
5. Tagtraume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