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Hurricane Venus / Copy & Paste
보아(BoA)
2010

by 성원호

2010.10.01

< Hurricane Venus > 혹은 < Copy & Paste >라고 명명된 보아의 여섯 번째 앨범은 예상대로 강하고 또 사납다. 5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함이니 확실한 결과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훌쩍 자란 그녀 자신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필요가 있었다. 소녀티를 벗고 당당한 여성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일렉트로닉 댄스만큼 임팩트가 강한 것도 없다.

투박하고 무거운 비트와 신서사이저의 쓰임이 주를 이룬 타이틀 트랙은 확실히 단단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적격이다. 드센 사운드 속에서 나름 진면목을 보여주는 그녀의 보컬도 좋다. 다소 묻히는 감도 있지만 이는 이펙트의 집중 포화 속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라 좌절할 정도는 아니다. '보아'니까 이정도로 뽑아낸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런 성격은 비슷한 스타일인 'Dangerous'나 'Adrenaline'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운드나 이펙트 면에서 과도한 감도 있다.

업 템포 트랙들이 보아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면 앨범에 수록된 몇 곡의 발라드 넘버들은 그녀의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앨범 발매 전 공개되어 주목받은 김동률 작곡의 '옆 사람(Stand by)'과 넬(Nell)의 김종완이 펜을 든 '한별 (Implode)'이 그 중심 곡. 보아와 쉽게 연관지을 수 없는 두 뮤지션의 곡은 의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슷한 점이 있으나 그 접근법은 차이가 있다.

'옆 사람(Stand by)'은 오케스트라 도입부만 들어도 단번에 작곡자를 알아챌 만큼 정형화된 김동률표 발라드다. 보아에 맞게 곡을 작곡한 것이라기보다는 김동률의 스타일을 따온 것이 맞다. 곡의 중심을 잡는 현악 사운드와 잔잔하게 깔리는 건반, 곡이 진행되면서 점점 다채로워지는 사운드와 점차 고조되는 보컬로 풍성하게 차려진 곡은 보아의 예전 발라드들과 다른 노선을 탄다.

가성과 진성을 번갈아 오가는 보아의 목소리에서 어색한 감이 있다. 더군다나 곡을 듣는 내내 가슴 뻥 뚫리는 보컬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우리가 오랫동안 김동률의 목소리에 익숙함을 느껴왔기 때문이 아닐까. 여성 싱어가 부르는 그의 노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보아의 보컬도 수긍이 간다. 보아의 목소리가 남긴 애잔함의 잔향은 의외로 진득한 면이 있다.

김종완의 음악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 '한별 (Implode)'은 보아의 목소리와도 어색함 없이 잘 조화되었다. 보아의 나아진 점을 발견하는 측면에선 이 곡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이는 김종완이 평소에 구사하던 음악적 스타일이 김동률의 것보다 좀 더 유연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우직한 남성적 스타일과 초식남적인 스타일의 차이다. 결과적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두 곡은 보아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보아도 할 수 있는 음악을 한 것은 아쉽다. 외국 작곡가에게 타이틀곡을 도입하는 SM의 전형적인 방식은 보아에게도 예외로 적용되지 않았다. 그 만큼 SM 내에서나 한국 가요계에서는 < Hurricane Venus >의 스타일이 독창적이거나 새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반면 목소리의 다양함은 나름 보아의 위치에 걸맞게 나왔다. 그 또래의 가수 사이에선 발견하기 쉽지 않은 보컬 장악력이 명성에 누가되지 않는 수준이다.

어차피 선구자 격인 아티스트가 아니고서야 단 몇 장의 앨범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이돌 가수 이미지를 벗고 본격적인 성인으로 변모했다면 가사에서나 음악적인 부분에서 '보아'만의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언급일수도 있지만 분명 보컬 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능력이 있기에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강함을 내세운 일렉트로닉 댄스가 외적인 면에서는 우월하겠지만, 이제는 내적인 강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수록곡-
(Hurricane Venus - 6th Album First Edition)
1. Game [추천]
2. Hurricane venus [추천]
3. Dangerous
4. 옆 사람 (Stand by) [추천]
5. M.E.P. (My electronic piano)
6. Let Me (Implode)
7. 한별 (Implode) [추천]
8. Adrenaline
9. 하루하루 (Ordinary day)
10. Don't know what to say
11. 로망스 (Romance)

(Copy & Paste - 6th Album Second Edition)
1. Copy & paste
2. Hurricane venus [추천]
3. Dangerous
4. I'm OK (보고 싶더라)
5. Game [추천]
6. 옆 사람 (Stand by) [추천]
7. M.E.P. (My electronic piano)
8. Let Me
9. 한별 (Implode) [추천]
10. Adrenaline
11. 하루하루 (Ordinary day)
12. Don't know what to say
13. 로망스
성원호(dereksung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