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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one
보아(BoA)
2012

by 여인협

2012.07.01

동양 문화권에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일본 시장에서도 보아(BoA)라는 브랜드가 이름을 남기던 곳은 언제나 정상(頂上)의 자리뿐이었다. ‘아시아의 별’이라는 별명은 한류 케이팝의 개척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그의 위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수식어다.


연이은 성공은 언제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보아의 경우, 아기자기한 맛의 일본식 제이팝에서 영미권 취향의 팝으로의 선회였다. 물론 순탄치는 않았다. ‘Eat you up’으로 미국에까지 발을 뻗으며 ‘한국인 최초 빌보드 메인 차트 입성’이라는 간판을 따내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성과에 비하면 이것은 반쪽짜리 성공과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선을 보인 ‘Hurricane venus’도 마찬가지, 차트 1위를 기록했음에도 (상대적 기준으로 봤을 때) 결실이 결코 풍성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시장의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일까. 흥미롭게도 이번 싱글은 최근 에스엠의 ‘글로벌화’ 행보와는 동떨어진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그간 'Girls on top'과 'Eat you up', 'Hurricane venus'에서 들려줬던 팝의 문법이 아닌, (에스엠이 아닌 다른 어디에서 나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4 코드 나열식 가요 작법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데, ‘이번만큼은’일지, ‘앞으로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아를 기획사의 역점 분야인 해외시장에서 눈길을 돌려 내수시장을 굳히기 위한 카드로 내놓았다는 인상도 든다. 지지기반이 단단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다.


한류 개척의 일등공신이라고 항상 파이오니어로 남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룬 것이 이미 상당하지 않나. 그의 이름은 케이팝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며, 그 전체의 중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깥은 후배들을 믿고, 당분간은 국내 활동에 전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편곡의 재미가 덜한, 어찌 보면 상투적인 곡에도 반가울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이 곡의 주인공이 보아이기 때문이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