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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On Top
보아(BoA)
2005

by 엄재덕

2005.07.01

보아(BoA)는 우리 음악 산업의 신화다. 제반 문화 콘텐츠는 물론이고, 음악 시장의 규모 면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탄탄하고 큰 일본에서 몸값이 1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일본소속사 < 에이벡스 >의 역할도 커서, 순수한 한국의 저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인이 일본 정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요사에서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런 보아가 온전한 인정을 못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획가수'다. < SM >의 완제품. 이 점만 두고 보면 안티 팬들이 생겨나기에는 딱 맞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기엔 그의 자질이 보통을 넘어선다. 한국 최고의 춤꾼 이주노가 인정하는 춤 실력,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강력히 터져 나오는 보컬. 여태껏 이런 댄스가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나도 아직 그는 10대 댄스 가수다. 보아는 이제 범국민적인 가수로 올라설 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상기했던 가창력과 댄스 이외에도 예쁜 외모까지, 그는 여러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나이에 맞는 신체발육은 사실 부족했다. 그만큼 성숙한 이미지 연출에 한계가 있었고, 소녀티를 쉽사리 벗지 못할 것 같았다. 기획가수는 태생적 한계 탓에 시간 흐름에 따른 악센트가 없으면 금방 잊혀지기 마련이다. 보아는 하루 속히 '여자'가 되어야 했다.

다행히 기획사의 사활을 건 치밀한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 2005년 5월, 일본 주간지 < 프라이데이 >지가 보도한 '일본인 스타일리스트와의 심야 데이트와 키스'에 관련한 악성 루머도 보아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더 이상 보아에 대한 대중인식이 소녀가수에 머물지 않는다는 반증이 아닐까!

4집의 'My name' 활동 당시에 섹시미를 강조한 골반춤부터, 더 거슬러 올라가면 'Rock with you'의 여린 소녀가 아닌, 록적인 요소 다분한 거친 모습까지, 변신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당당한 '여성' 보아의 모습에 하나같이 놀라고 있다. 그때의 스캔들이 다섯 번째 앨범 < Girls On Top >에 긍정적인 효과로 미쳤던 것일 수도 있다.

타이틀곡 'Girls on top'는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다. 여성들의 당당한 삶을 바라는 노랫말과 남자 댄서들에게 발길질하는 안무 등은 섹시함보다 한 차원 높은 여성성이다. 어셔(Usher)와 시아라(Ciara)로 인해 표면화된 '원 코드 흐름'의 방식을 차용,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김민기의 '가을편지'를 리메이크했다는 것은 성숙을 재촉하는 느낌을 준다.

'My name'을 작곡했던 겐지(Kenzie)가 만든, 속도감 있는 힙합 리듬의 R&B 댄스곡 'Moto', 보아가 직접 나지막하게 랩을 한 'Do you love me?(둘이 함께)', 바빌론의 공중정원에서 모티브를 얻은 애시드 팝 스타일의 '공중정원 (Garden in the air)' 등에서 말하는 그의 사랑 방식은 성인 여성답게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다.

강타가 백업보컬을 한 R&B 발라드 'Can't let go'를 비롯한, '오늘 그댈 본다면 (If you were here)', 'Love can make miracle ', '숨... (breathe again)' 등의 서정적인 발라드에서도 더 이상 소녀의 앳된 목소리는 없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보아는 그 와중에도 하루 6시간의 연습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성실하게 연습 많이 하면 무대에서도 두렵지 않다. 연습 안하면 사람이 위축된다.” 문화상품이란 이유로 비판하기에는 그가 이룬 것이 너무 거대하고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보아가 이만큼 성장한 이상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가수가 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는 편이 옳다. 결국 훌륭한 음악가는 대중이 만드는 것이다.


-수록곡-
1. Moto (작사 : 보아, Kenzie / 작곡 : Kenzie)
2. Do you love me?(둘이 함께) (유영진 / 유영진)
3. Girls on top (유영진 / 유영진)
4. 오늘 그댈 본다면 (If you were here) (young H. Kim / Joleen Belle)
5. Love can make miracle (보아 / Waeromoe, Samuel)
6. Addiction (진영진 / Jamie Jones)
7. Freak in me (보아 / Charlotte EIRAM)
8. 공중정원 (Garden in the air) (Kenzie / Kenzie)
9. I spy (홍지유 / Hayden Bell)
10. Can't let go (Kenzie / Deviller Dane)
11. Heroine (시선) (신지원 / Vincent Degiorgio)
12. 숨... (breathe again) (하정호 / 하정호)
13. 가을편지 (고은 / 김민기)

프로듀스 : 이수만
엄재덕(ledbes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