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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Collection
심현보
2011

by 황선업

2011.04.01

최근 접하는 가사들이 너무 직설적이라 느끼는 건 일부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죽어도 못 보내'고, 맘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는 '꺼져줄게 잘 살아'라고 일침을 가하며, 이별의 순간에는 마치 '총 맞은 것처럼' 아프다. 이렇게 정곡을 매순간 찔러대니 쉽게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그의 세 번째 앨범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매력을 발휘한다. 고백의 순간 한 번의 머뭇거림이 가슴을 더욱 떨리게 하는 것처럼, 에둘러 가는 그만의 서정성이 오롯이 담겨있다.

모던 록과 발라드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의 성향은 보다 유연해졌다. 곡마다 담겨있는 각기 다른 감수성 자체를 더욱 부각시키려 한 의도가 투영된 덕분이다. 이를 위해 부수적인 것 대신 가사와 선율이 들리도록 힘을 썼다. 그 덕분에 완성된 곡들은 언제 이렇게 편안한 멜로디에 취해본 적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해 냈다. 말라버려 갈라진 마음을 다시 촉촉하게 할 감정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다.

작사가로서의 능력 또한 한축을 담당하며 호기롭게 발현된다. 하나의 구체적인 소재로 모든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만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기타와 피아노를 동반자 삼아 극장을 매개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혼자서 극장에', 스트링이 주도하는 편곡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며 맞는 바람의 상쾌함을 재현해내는 '자전거 데이트'는 그만의 이야기 세계와 조우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이처럼 일상의 사소함을 통해 콧날이 시큰해지는 감성의 보편성을 획득한다.

혼자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는 아낌없이 지원사격을 받았다. '목욕이 좋아'에서는 지선을 통해 이별에 대한 미묘한 울림을 전달했고, 좀 더 정석적인 운용이 필요한 '그러던 어느 날'에는 왁스를 주전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모든 것을 부담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남용 없이 적재적소에 객원가수를 참여시켜 겹치는 인상이 없도록 이미지를 분산시켰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그래도 비어보이는 틈은 다양한 악기와 장르의 조합으로 추슬렀다. 우쿨렐레와 브라스를 이용해 사랑을 말하는 순간의 애틋함을 묘사한 '심플하게', 레게의 리듬과 퍼커션으로 장난스레 마음을 내뱉는 '맘에 들어'가 일정할 수 있는 러닝타임의 흐름을 보다 넓은 폭으로 일렁이게 만든다. 좀 더 록의 문법으로 접근한 '너는 모른다' 역시 이기찬과의 의외의 호흡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진정성도 획득해내는 모습이다.

데뷔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외관은 살짝 변했을지언정 작품을 지탱하는 그 정체성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결과물이 요즘에 와 더욱 각별하게 와 닿는 것은 전보다 메말라버린 세태 탓이 아닐까. 그 일관된 모습 덕분에 화학적 사운드의 남용으로 얼얼해진 귀를 중화시킴과 동시에 마음에 여유를 가지게 하는 작품과 간만에 얼굴을 마주한다.

-수록곡- 
1. 자전거 데이트
2. 목욕이 좋아(feat. 지선) [추천]
3. 혼자서 극장에
4. 그러던 어느 날(feat. 왁스)
5. 심플하게 [추천]
6. 맘에 들어(feat. 알렉스) [추천]
7. 그동안 즐거웠다
8. 너는 모른다(feat. 이기찬) [추천]
9. 가까이(feat. 곽정임 '어느 오후')
10. 심플하게(Acoustic version.)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