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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o Xyloto
콜드플레이(Coldplay)
2011

by 여인협

2011.10.01

2008년, < Viva La Vida >를 처음 접하던 때를 기억한다. 앨범 발표에 앞서 싱글 'Violet hill'이 공개되었을 때, 콜드플레이의 골수팬들은 여전히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었지만 평단 쪽에서는 대부분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한 표정만을 내비치고 있었다. 혐의는 '자기복제'. 즉, 배가 불러서 똑같은 수법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앨범이 발표되자 타이틀로 정해진 곡은 'Violet hill'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Viva la vida'였고, 밴드에게 의혹을 제기하던 평론가들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왜? 오케스트레이션 편성의 사운드와 긍정의 기운을 가진 음악은 그들의 예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고, 무엇보다도 그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았으니까. 콜드플레이는 그렇게 해외의 유수 평단에 '빅엿'을 먹였고, 그 해 그룹은 그래미 3개 부문의 영예를 차지했다. (물론 표절에 대한 문제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지금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들의 앨범이 호평을 받아 마땅한 앨범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그 당위성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그리고 2011년 6월,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이 공개되었다. 전작보다도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식의 작법이 한 눈에 보이는 유투(U2) 지향적 사운드는 변화보다는 밴드 고유의 감성을 탈색시킨 것만 같다는 느낌이 더 컸고, 더욱이 여름에 이런 곡을 '한 곡' 내놓았다는 것에서는 한탕주의에 대한 의혹마저 일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섞어보자면, 나는 9월이 되어 신보의 소식과 함께 'Paradise'를 접하는 순간 허탈한 실소가 터지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도 한 방 먹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과거에 올라온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의 싱글 리뷰를 참고하도록 하자.)

< Mylo Xyloto >라는 이 이상한 이름의 음반은 방구석 오디오에서보다는 라이브에서 더 빛을 발할 곡들이 그 속을 채우고 있다. 첫 번째는 어느 때보다 아레나 지향적인 거대한 스케일의 사운드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곡 중간 중간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 장치들이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Hurts like heaven'의 후반부 코러스와 'Paradise'의 후크를 들어보면 굳이 라이브 영상을 보지 않아도 공연에서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대강의 그림이 그려진다.

밴드는 < Viva La Vida >를 기점으로 커리어의 노선을 확실히 틀은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이노를 프로듀서로 둔 것이 주효한 요인인데, 신보는 전작보다도 그의 손길이 더욱 많이 묻어있는 듯하다. 앞서 말한 아레나 사운드로의 변화는 물론 최소주의적인 작법에서 벗어났으며, 정서적으로는 콜드플레이를 규정하고 있던 멜랑콜리 사운드와도 작별을 고했다. 대신 탐미적인 사운드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가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밴드 특유의 텍스추어는 잃지 않았으니 '진화'라는 단어로 수식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앨범은 스킵버튼을 누르고 싶은 곡이 한 곡도 없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 고른 완성도를 자랑한다. (굳이 있다면 'Up in flames' 정도일까.) 신디사이저를 적극 활용하여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소리들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특히 기타리스트 존 버클랜드(Jonny Buckland)가 곡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타 톤들을 선보이며 소리를 갖고 노는 모습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다. 이것은 콜드플레이가 이제 '크리스 마틴의 밴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더욱 가속을 얻을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과 다름이 없다.

다만 지극히 브라이언 이노적인 터치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 난무하는 딜레이 기타 사운드 때문에 유투의 명반 < Achtung Baby >가 겹쳐 보이기도 하는 것이 맹점이다. 이것이 현재 해외 평단에서 이번 앨범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요인이며, 신보가 가진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음악 자체만 놓고 본다면 < Mylo Xyloto >는 충분히 수작 반열에 들 수 있는 앨범으로 들린다. 사운드 스케이프가 대폭 확장되었을 뿐 아니라 유투의 그것과는 또렷이 구별되는 콜드플레이만의 질감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모든 수록곡들이 싱글로 발표되어도 손색없을 만큼 고른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앨범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은 1997년에 이미 '브릿팝은 죽었다'고 선언한 바 있고,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는 < OK Computer >가 성공을 거두자 '우리가 브릿팝을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라. 당시 떵떵거리던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목을 뻣뻣이 세우고 다닐 만큼 자랑스러운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는가.

그리고 이제, 다시 콜드플레이를 보라. (이것은 콜드플레이가 라디오헤드보다 위대하다던가 하는 낡아빠진 떡밥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대중예술은 대중을 향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여타 그룹들과는 달리 콜드플레이는 언제나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변화 없이 한 가지 개성만을 보여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과거 '영국 록의 새로운 기수'였던 이들이 지금 '영국 록의 대표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록곡-
1. Mylo Xyloto
2. Hurts like heaven [추천]
3. Paradise [추천]
4. Charlie Brown [추천]
5. Us against the world [추천]
6. M.M.I.X.
7.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추천]
8. Major minus [추천]
9. U.F.O.
10. Princess of China [추천]
11. Up in flames
12. A hopeful transmission
13.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추천]
14. Up with the birds
여인협(lunariani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