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지구를 집어삼킨 거대한 폭풍의 서막은 고요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잔잔하고 편안한 사운드, 크리스 마틴의 감성 짙은 음색, 우울과 낙관 사이를 관통하는 정서로 마법처럼 마음을 빼앗는 멋진 데뷔앨범이다. 상대적으로 수수한 편곡과 구성만으로도 이들의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가 숨김없이 드러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이야기처럼, 앨범은 시간을 뛰어넘어 이들이 애초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는 팀이었다는 확신을 준다.
첫 곡 'Don't panic'부터 강력하게 청자를 휘어잡는다. 둔탁하게 울리는 베이스와 후렴에서 밀려들어오는 기타의 와우 페달 주법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데, 정작 보컬은 속삭이듯 너무도 편안하게 노래한다. 이런 미드템포의 울적한 기타 팝은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Spies', 영국 특유의 젖은 감성을 한껏 담은 'Trouble' 등으로 이어지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성큼 다가선다. 음악적으로는 얼터너티브-인디 록 열풍이 초창기의 이들에게 미친 강한 영향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록 밴드답게 'Shiver', 'Everything's not lost'처럼 기타의 드라이브 톤을 강조한 다소 속도감 있는 곡도 포진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쪽에서는 역시 앨범의 최대 히트곡 'Yellow'가 최고다. 개방현과 밴딩이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는 조니 버클랜드의 기타 리프, 연인을 향한 낭만적인 노랫말, 어쿠스틱 기타의 찰랑이는 스트로크와 잘 어우러지는 가성 보컬이 듣는 이를 몽환적인 낭만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High speed'에서도 조니의 기타 연주는 신비로운 공간감을 부여하며 향후 이들이 한층 사운드적 진보를 이룰 수 있었던 기둥이 된다.
큰 기복 없는 멜로디 진행과 느린 템포, 우울한 감수성이 팝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음에도 앨범은 평단과 대중의 열광을 불렀다. 인디 씬을 중심으로 명성을 쌓아가던 대학생 밴드는 이 앨범 이후로 국제적인 록 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곧이어 발매된 역사적인 2집과 함께 초창기 콜드플레이 음악이 전하는 잔잔한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위로가 필요한 4월, 어렵게 성사된 이번 내한공연에서 이들의 'Yellow'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봄비처럼 내려앉아 주길 바라본다.
-수록곡-
1. Don’t panic [추천]
2. Shiver [추천]
3. Spies
4. Sparks
5. Yellow [추천]
6. Trouble [추천]
7. Parachutes
8. High speed [추천]
9. We never change
10. Everything’s not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