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공개된 'Midnight'과 'Magic'을 먼저 접한 팬 대부분은 콜드플레이의 정규 6집 < Ghost Stories >가 전 같지 않겠다는 예상은 누구나 했으리라. 이런 '전'같다는 감상은 물론 개인의 기호가 크게 반영될 문제지만 음악 노선에 대한 '변화'는 콜드플레이 같은 빅 밴드에게 기대보단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변화가 진화가 될 수도, 퇴보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잘해봐야 본전이다.
앞서 공개된 싱글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새로운 트랙의 기조는 속칭 '우울한 콜드플레이'의 초기 시절보다 더욱 침잠한다. 이제는 오로지 팔세토의 목소리와 마이너 풍의 멜로디만으로 승부를 봤던 '멜랑콜리아'가 아니다. 몽롱하고 음산한 사운드 운용을 가미하며 모든 수록곡에 그 잔향을 스며들게 했다. 한기가 짙게 서린 'Midnight'과 무그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으로 무장한 'Magic'은 변화의 핵이다.
3월 11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펼쳐진 SXSW의 아이튠즈 페스티벌(iTunes Festival)에서 팬들에게 미리 공개했던 'Always in My Head'는 기존의 콜드플레이 공식을 잘 따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수록곡에서 가장 준수한 곡인 'Ink'도 마찬가지다. 밴드 사운드가 주를 이뤘던 초기 스타일과는 악기 편성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크리스 마틴 특유의 낮고 음침한 톤과 팔세토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 기존의 팬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트랙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온라인상으로 선보인 'A sky full of stars'는 작자의 의도가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클럽튠과 혼동되는 이유는 현 EDM계의 슈퍼스타 아비치(Avicii)가 프로듀서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는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악기 섹션간에 공간계 사운드를 각 요소에 배치하면서 덩치를 키웠던, 총천연색의 팝 앨범 < Mylo Xyloto >를 떠올리게 한다.
공동 프로듀서로 폴 엡워스(Paul Epworth)와 아비치(본명, Tim Bergling), 다니엘 그린(Daniel Green)이 이름을 올렸다. 오랜 조력자인 존 홉킨스(Jon Hopkins)와 릭 심슨(Rik Simpson)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와 < Mylo Xyloto >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브라이언 이노(Brian Ino)는 명단에서 빠졌다. 음악과는 상관없는 끼워 맞추기라 할지라도, 또 한명의 공동 프로듀서 팀벌랜드(Timbaland)의 이름을 통해서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흑역사로 남은 2009년 작 < Scream >이 상기되는 씁쓸한 경험을 한다.
의문점들은 해소되었고, 본 아이버(Bon Iver)와 때아닌 라디오헤드(Radiohead)에 대한 연상 작용도 걷혔다. '록밴드'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듣는다면 분명 훌륭한 레코드다. 그렇지만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것이기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다. '새로운 소리'에 대한 체득은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 몰라도, 멜로디를 뽑아내는 감각이 쇠락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회의적이다. 멜로디도 못지않은 '사운드 마에스트로'로 성장하고 있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
-수록곡-
01. Always in my head [추천]
02. Magic
03. Ink [추천]
04. True love
05. Midnight
06. Another's arms
07. Oceans
08. A sky full of stars [추천]
09.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