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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o Xyloto
콜드플레이(Coldplay)
2011

by 신현태

2011.10.01

진화는 곧 생존이다. 음악이라는 무형의 '소리'에도 이 법칙의 적용은 어김이 없다.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내는 음악가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대중의 선택'이라는 생존을 위해 쉼 없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2000년 데뷔 앨범 < Parachutes >이후 영광스러운 선택을 끊임없이 받아오며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밴드로 자리 잡은 콜드플레이가 또 다시 영속(永續)의 기운을 내비쳤다.


라디오헤드의 또 다른 여파라는 일각의 냉소와 비아냥거림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라디오헤드가 점차 실험적인 사운드로 노선을 바꾸며 일부 팬들에게만 '숭배'를 받는 사이, 이들은 '브릿팝=라디오헤드'라는 공식의 우변에 '콜드플레이'의 이름을 다시금 새겨 넣었다. 이런 새로운 법칙을 세계 팬들의 뇌리에 재정립시킬 정도로 이미 거대한 집단이 되었다.


크리스 마틴이 지어낸 단어인 앨범 타이틀 < Mylo Xyloto >는 '표현의 자유'를 의미한다. 어떠한 사소한 아이디어도 존중하고 그것을 모두 반영하려 했다. 기존의 방향과 다를 것임을 부연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흥미진진한 작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거장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총 지휘를 맡았고,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 Neon Bible >을 담당했던 마커스 드라브스(Markus Dravs), 2집부터 밴드와 손발을 맞춰온 릭 심슨(Ric Simpson)과 같은 프로듀서들이 조타수 역할로 참여하며 멤버들의 '자유의 항해'에 힘을 실어주었다.


새 앨범의 키워드는 '스케일의 확장'. 전작 <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브라이언 이노의 엠비언트적 요소를 수록곡 전체에 깊숙이 혼재시킴과 동시에 사운드의 군더더기를 걷어냈다. 창조의 영역 또한 거대하고 탄탄하게 업그레이드 시켰다.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을 앨범의 출사표로 선택한 것은 자신감 표출의 발로(發露)였다. 형형색색의 커버 아트부터 밴드가 전해왔던 '서정성'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졌고, 곡 자체로써도 변칙이었다. 신시사이저의 퍼져나가는 선율 위에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의 유연한 조합이 환상의 기운을 뿜어내지만, 이들의 강점이었던 '멜로디의 흡인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보컬 또한 특유의 팔세토가 아닌 샤우팅이라니 말이다.


'우울의 정서'를 타파하고 더 강건하고 확장된 공간감을 전해줄 앨범이 될 것이라는 암시였다. 결과적으로 그 의도는 적중했다. 팬들은 이들의 '점진적 진보'를 기꺼이 품에 안을 준비가 돼 있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첫 싱글 발표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앨범의 반응은 발매 전부터 뜨거웠다. 아이튠즈 예약 판매만으로 미국 등 9개국에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이들에 대한 식지 않은 관심과 사랑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싱글로 선택된 'Paradise'는 정돈된 현악과 피아노연주 위에 크리스 마틴의 '서정적 팔세토'가 어우러지며 프로그레시브적인 분위를 고조시킨다. 여기에 로맨틱한 신시사이저와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 역시 곡의 매력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Charlie brown'은 전작의 대표곡 'Viva la vida'를 계승한다. 반복적인 키보드의 리프와 굵고 거친 듯한 어쿠스틱 기타리듬은 모던락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Princess of china'에서 크리스는 매력적인 아가씨 리한나(Rihana)를 곡에 초대해 색다른 조화를 들려준다. 곡에서 그녀는 이전의 마룬5의 곡 'If I never see your face again'에서 들려준 보컬 아담 리바인(Adam Levine)과 주고받는 호흡과는 달리 곡 전체를 아우르는 완숙미를 뽐낸다. 기존 팬은 물론 브릿팝 마니아들의 몰표가 예상되는 곡 'Up in flame'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콜드플레이의 감성 그 자체이다.


'Don't Let It Break Your Heart'는 브라이언 이노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정돈되지 않은 습한 안개 속을 그려내는 듯 유투(U2)의 보노와 엣지가 창조해내는 공간감, 그 길고 짜릿한 여운을 남긴다. 이 여파는 다음 곡 'Up with the bird'로 이어지며 다채롭고 더 거대해진 음악적 결과물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Yellow'나 'Clocks', 혹은 'Viva la vida'와 같은 앨범의 얼굴격이라 할만한 '킬링 트랙'은 부재한다. 바로 이점이 유일한 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신작을 발매할 때마다 '올해의 송가(頌歌)'라 칭할만한 히트 싱글을 꾸준히 발표했던 밴드였기 때문에 이 점은 앨범을 평가하는데 큰 잣대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단점이 아닌 장점이다. 눈에 띄는 '단일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유기적인 '전체성'에 집중해 창조해내려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중음악의 최고봉'이라 칭하는 비틀즈와 '콘셉트 앨범의 미학'을 일깨워준 핑크 플로이드와 같은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고른 완성도를 가진 음반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콜드플레이는 10여년의 시간동안 5장의 고른 완성도를 갖춘 디스코그래피를 적립해오면서 조금도 서두르려 하지 않았다. 그 점진적인 자의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사이 모든 것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어마어마한 공룡집단이 되버렸다. 누가 알겠는가? 이들이 '제 2의 비틀즈'가 될 가능성을 확실히 점치기는 힘들겠지만 가장 근접해있다는 사실은 더욱 확실해졌다.


-수록곡-

1. Mylo Xyloto

2. Hurts Like Heaven

3. Paradise [추천]

4. Charlie Brown [추천]

5. Us Against the World

6. M.M.I.X.

7.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추천]

8. Major Minus

9. U.F.O.

10. Princess of China (Feat. Rihanna) [추천]

11. Up in Flames [추천]

12. A Hopeful Transmission

13.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추천]

14. Up with the Birds [추천]

신현태(rocker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