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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 Of The Art / Art Of Business
조피디(조PD)
2011

by 황선업

2011.11.01

전 32곡. 디지털 싱글의 활성화 탓에 상품이 작품을 대신하게 된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이 대면은 당혹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내놓은 방대한 양의 결과물들은 그가 여태껏 무엇을 했는지 의문을 가지는 자들에게 내놓는 알리바이처럼 느껴진다. 프로듀서에서 집중하긴 했지만 본래의 날카로운 혁명가의 모습도 잃지 않았노라고. 그렇다면 문제는 두 가지. 과연 양만큼이나 질적으로도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 그리고 '예전의 모습을 얼마만큼이나 되찾았는가' 하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수를 보낼지언정 극찬을 하기는 힘든 앨범이다. '한물갔다'라는 말에 기죽지 않고 기존의 노선에 변화를 주며 카운터펀치를 날렸던 5집, 특히 '친구여'라는 싱글이 마치 마지막 불꽃이었다는 듯이 그 이후의 하향세는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3년 전 인터넷을 통해 먼저 인정받으며 인디와 반자본주의적 기치를 드높였던 그가 조금씩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그리고 나름 큰 기획사의 프로듀서로 자리 잡으며 커리어적으로는 하향세를 그린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다지 호응을 보낼 수 없는 것은 킬링 트랙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32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도 '이거다'하는 곡을 꼽기가 쉽지 않다. 대신 그가 풀어 놓는 흥미롱둔 이야기보따리가 그 틈을 메우려 애쓴다. 제한을 딱히 두지 않은 다양한 소재와 '~란다'식의 계도화법은 그만의 날카로움이 살아있음을 실감케 한다. < State of the Art >의 'WwⅢ'와 'Ppl r ppl'를 통해 내뱉는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일갈을 듣다보면 역시 '그'답구나 싶다.

다만 메시지는 들릴지언정 '랩'이 주목받는 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유감이다. 비트와 래핑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나와야 할 플러스알파가 쉽사리 목격되지 않는다. 'The doctors'를 빛내는 산이(SanE)와 'And the winner is...'에서의 지코와 아웃사이더는 물론 주목할 만하다. 이것이 조피디 본인의 주권을 잃음과 동시에 단순히 곡과의 궁합이 아닌 자신의 스타일에서 나오는 장점이기에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시디 한 장에 꽉 들어차 있는 16곡을 한 번에 내리 듣기란 쉽지 않다. 책을 읽는 듯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래퍼로서의 능력이 정체됨에 따라 무의식중에 몸이 반응하는 노래들을 만들어 낼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 듯 하다.

좀 더 대중들을 의식한 < Art of Business > 역시 크게 인상에 남는 순간은 없다. 먼저 언급한 5집의 파트 2인 < Love & Life >(2004)는 '친구여'를 제쳐놓고도 'Frozen'이나 'Club night', 'So nice' 등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줬지만, 이번 작은 타이틀인 'Family man'도 그다지 귀를 잡아채지는 못한다. 현악으로 주위를 두른 편곡부터가 진부하고, 랩과 보컬, 멜로디도 평범한 수준인 탓에 '스티브 잡스 헌정곡'이라는 콘셉트으로만 화제를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이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의 'Letter'나 온전히 노래에 신경을 기울인 이색적인 트랙 'Time', 듣기 힘들었던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Life goes on'이 더 살갑게 다가온다.

또한 트랙마다 붙어있는 제작년도가 말해주듯 제작시기가 7년에 걸쳐 있다보니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프로듀싱 자체도 타 장르를 깊이 파고들기 보다는 조금씩만 퍼와 조피디 식으로 차용했기 때문에 그다지 별다를 것은 없다. 차라리 연도순으로 묶거나 유사한 주제끼리 함께 담아냈다면 훨씬 듣기에 용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곡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은 곡 배치에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꾸준함은 증명했지만 달변가임은 인정받지 못했다. 달변가의 근거는 말하는 사람의 능력이 아닌 듣는 이의 호응도에 따라 갈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신날지언정 듣는 사람이 시큰둥할 공산이 크다. 음악의 보편성도 메시지의 공감대도 완벽히 구현했다고 보기엔 힘든 작품이기에 뮤지션 개인의 하락세를 인정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 창작욕이 식지 않았고, 언제든 다시 잠재력이 터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줄기 위안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옛날이 그립다고. 그리고 세월은 못 속이는 건가보다 하고.

< State of the Art >
1. I'm ur dream (2008)
2. The wall (2010) [추천]
3. Ww III (2009) [추천]
4. Confession (2009)
5. Ppl r ppl (2008) [추천]
6. Do or die (feat. Basick) (2010)
7. We r history (2008)
8. Where I'm from (feat. Dok2, Mino) (2010)
9. The doctors (feat. Swings, San E) (2010)
10. Thrilla (feat. Zico, Park Kyung & Hanhae) (2010)
11. And the winner is… (feat. Zico, Outsider) (2010)
12. Ratz n snitches interlude (feat. Verbal Jint) (2010)
13. Ratz n snitches (2011)
14. Same shit different day (2006)
15. Letter (2007)
16. Back on the map (2007)

< Art of Business >
1. 공부하세요 (2004) [추천]
2. Dreams Come True (2004)
3. Family Man (feat. Taeil Of Block B) (2009)
4. Hey June (2005)
5. Take A Bow (feat. 김마스타) (2009)
6. Sense Of Time (2010)
7. Cloud (2006)
8. Fever II (feat. Skull, Park Kyung & P.O Of Block B) (2011)
9. Bitch (feat. Jubi Of Sunny Hill) (2006)
10. Time (2006) [추천]
11. Designer's Rock (2005)
12. 랄라랜드 (feat. 제아 & 나르샤 Of Brown Eyed Girls) (2010)
13. Devil's Advocate (2007)
14. Mother Earth (2010)
15. Red And Green Pills (2009)
16. Life Goes On (2006) [추천]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