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ChoPD.Net/Best In East
조피디(조PD)
2000

by 지운

2001.01.01

MP3라는 희대의 음악적 산물과 가사에 여과 없이 욕설을 넣었다는 센세이셔널리즘을 함께 몰고 오며 사이버 세계를 제패했던 조PD는 탁월한 랩핑의 선두를 견인해 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1집 <In Stardom>에는 단 한 곡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강력한 장악력을 지니고 있으며 가히 라임의 절정이라 할만한 수록곡들은 끊임없는 연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회오리로 몰아친다. 이정현의 데뷔앨범에 있는 'I Love X'나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그의 2집에 있는 'Fever'에서도 그의 곡들은 김진표를 약간 앞지르며 상대적으로 저속의 속사포를 구사하는 그에 비해 한 수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타덤이라는 기획사를 차리며 앨범의 '폭풍전야2' 등을 같이 부른 디지털 메스터와 레이 제이라는 랩퍼를 발굴하는 등의 바쁜 시간들 탓인지 이번 앨범은 약간 힘들어 보인다. 그의 말대로 일본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집과 2집의 라임을 부분적으로 차용한 흔적들은 그의 고갈된 아이디어의 부침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송골매의 곡을 리메이크한 '에피소드 2'나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부분 인용한 '박하사탕'이 아니라 김진표와 같이한 '3VIP'이다.

이제 그는 팬들이 MP3로 다운받지 않기를 바랄 만큼, 또 TV에 나서서 그의 팀들과 그를 홍보하고 싶을 만큼 예전의 그 모습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나와 있다. 그를 알린 매체를 부정해야 하는 이러한 위치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구매욕을 잡아당기고 그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까발리듯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곡들이라면 상관없다. 그가 TV의 권위에 항거하는 만큼의 억울한 심정을 팬들은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앨범을 내야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곡만 좋으면 그가 2년 혹은 3년이 지나 앨범을 내도 그를 찾을 것이다. 문제는 그의 도전 의식과 철두철미한 라임의 고급화를 계속 유지하는 길이다. 에미넴(Eminem)의 'stan'을 느끼게 하는 'Fan mail'과 같은 시도도 좋지만 1집의 '조PD rules'나 'Break Free'같은 곡에서처럼 신선한 강도를 유지하며 사고의 전환을 계속 유도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지운(jiun@izm.com)